07.10
2026
지난 5일 당·정·청은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하는 추가 세수 전액을 적립하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합의했다. 내년까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 기금은 특별법 제정을 거쳐 반도체,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피지컬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양극화 대응, 균형발전, 그리고 2030 청년을 위한 주거·창업·일자리 지원에 쓰일 것이라고 한다. 용처에 청년정책이 포함된 것은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필연이다. 정부는 이미 AI 기반 산업전환에 국가와 기업의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공표했다. 그런데 바로 그 전환이 청년의 첫 일자리를 지우고 있다는 경험적 증거가 국내외에서 쌓이고 있다. 반도체가 벌어들인 세수의 원천인 AI 전환이 정작 그 시대를 살아갈 세대의 출발선을 지우고 있다면 그 과실로 조성한 기금이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은 자명하다. 총고용 멀쩡한데 진입로 무너져 AI발 산업전환이 청년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세계경제포럼(WEF)
07.03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하드웨어 수직 스택의 관점에서 보면 최근 부각되는 광 기술은 단순한 주변 기술이 아니라 구리 배선과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핵심 인프라로 이해해야 한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병목은 연산 성능 자체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이동시키는가에 집중된다. GPU, HBM, 스위치, 랙, 데이터센터를 잇는 경로에서 전력 소모와 지연이 급증하고, 이른바 ‘전력의 벽’과 ‘메모리의 벽’이 시스템 확장의 한계로 작동한다. 데이터 등 이동병목 푸는 광 기술 광 기술은 이 한계를 빛의 고대역폭, 저손실, 병렬성으로 돌파하려는 시도이며 연산 코어에서 클러스터 네트워크, 그리고 제조·계측 장비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가 단일 서버의 성능 경쟁에서 수만 개 가속기를 묶는 시스템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광 기술은 선택적 혁신이 아니라 확장성을 좌우하는 물리적 필수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가장
06.26
지난달 열린 오픈AI의 봄 업데이트, 구글 I/O,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등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거대 기술기업들의 연례행사에서 공통으로 쏟아진 핵심 화두는 단연 ‘자율형 AI 에이전트(Autonomous AI Agent)의 일상화’였다. 이는 질문을 던지면 답을 주던 수동적인 챗봇 단계를 완전히 뛰어넘는다. 이제 인공지능(AI)은 사용자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상황을 스스로 읽어내고 행동한다. 수많은 이메일의 맥락을 파악해 적절한 답장을 보내고, 빈 시간을 찾아 가장 저렴하게 비행기표와 식당을 예약한다. 심지어 눈 깜짝할 새 주식시장의 흐름을 분석해 투자비율을 유리하게 조정한다. 인간의 삶을 능동적으로 대리하는 완벽한 AI 비서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경제학의 완전한 합리성 현실화 될까 필자는 이러한 기술적 도약을 지켜보며현대 경제학을 지탱해 온 오래된 가정 하나를 떠올렸다.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밑바탕에 깔아두는 기본 전제인 ‘완전한 합
06.19
‘세계 경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워시가 주재한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3.50~3.75%에서 동결했다. 시장은 예상했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의 의미를 단순히 금리동결 여부로 해석한다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금리인상이나 인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5년 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해 온 ‘유동성 중심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워시가 있다. 워시는 취임 직후 Fed 내부에 다섯개의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통화정책 체계 재검토, 연준 소통 개혁, 대차대조표 정상화, 금융감독 재정비, 그리고 Fed 거버넌스 개혁이 그것이다. 얼핏 보면 조직 정비 차원의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Fed 운영방식 전체를 다시 점검
06.12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다. 이번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은 작년부터 진행된 무차별적 관세 부과와 올 2월 이란 침공 등으로 비롯된 경제 영역에서의 불확실성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현재 연방 상하원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이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이 상하원 중에 적어도 한 군데에서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투표권 확대 역사 뒤집으려는 트럼프 미국 정치사에서 투표권은 오랜 갈등의 대상이었다. 미국에서 투표권이 비약적으로 확장된 계기는 남북전쟁이다. 전쟁의 결과 노예제가 폐지됨에 따라 1870년 비준된 수정헌법 제15조는 인종이나 피부색, 또는 과거 노예신분을 이유로 투표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한편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때는 수정헌법 제19조가 비준된 1920년이다.) 이러한 헌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노예제를 운영했던 남부 주들은 문해력 시험
06.05
6.3 지방선거는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확인하는 기회였다. 역대 선거를 보면 정권 초기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대체로 여당이 압승했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고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60%를 넘고, 지난 대선 1년 뒤 치러졌다는 점에서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만에 빠져 압도적 승리를 놓쳤다. 보수 결집 부를 정책이슈로 역풍 자초 이번 지방선거를 평가하기 위해 정당 소속감, 이슈 평가, 후보자 평가라는 세 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첫째, 정당 소속감은 당원이 아니더라도 평소 호감을 가진 정당이 공천한 후보를 선택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가 25% 정도라면, 나머지 75% 안팎의 유권자는 선호 정당이 공천한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선호는 국민의힘의 2배가량이었다. 선거 국면에서 민주
05.29
5월 28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간다. 정신없이 쏟아지던 여론조사 보도는 이제 사라질까? 그렇지는 않다. 공표금지 기간 이전에 시행한 여론조사라면 28일 이후에도 공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여론조사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9.3%p와 1.4%p의 의미 꼭 이번 선거만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혼란스러운 여론조사 결과들이 다수 있었다. 예컨대 같은 기간 시행된 대구광역시장 후보 지지율 관련 2건의 조사에서 1위 후보와 2위 후보의 격차는 9.3%p와 1.4%p였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한 조사는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서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1013명을 조사한 결과로, 이 조사에서 김부겸 후보는 45.7%, 추경호 후보는 47.1% 지지를 받아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1.4%p였다. 다른 조사는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역시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1004명을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에
05.22
최근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기업부터 대학의 연구실에 이르기까지 지식 노동이 이루어지는 최전선의 풍경은 그 근본적 형태가 뒤바뀌는 임계점(Critical Point)을 지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초기 모델을 코딩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정제하는 일은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연구자들이 직접 부딪히고 감내해야 하는 ‘지적 실무(Intellectual Labor)’였다. 그러나 최근 코딩에 특화된 자율형 AI 에이전트들이 산업과 학계 전반의 워크플로우에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치지 않는 속도로 코드를 작성하고 터미널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는 인공지능(AI) 앞에서 인간의 역할은 실무를 직접 실행하는 단계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현장 전문가들 역시 도출된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다음 단계의 궤도를 설계하는 ‘감독(Supervision)’으로 업무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중이다. 이는 단순히 편리한
05.15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침략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76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불안한 휴전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핵과 관련해서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20년 동안 전혀 하지 말 것과 함께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440kg을 미국으로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20년 농축 금지를 거부하면서 5년을 제안했고, 60% 농축 우라늄의 절반은 자국에서 희석하고, 절반은 제3국으로 실어 내되 미국이 약속을 어기면 다시 되돌려받겠다는 태도다. 그런데 이란은 일단 전쟁을 마무리한 후 핵 협상에 나서겠다고 한다. 물론 미국은 핵 협상을 먼저 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종전이 먼저냐, 핵 협상이 먼저냐를 두고 양측은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문제다. 이란은 미국이 호르무즈 역 봉쇄를 풀고, 제재를 푸는 정도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핵심 사안을 두고 서
05.08
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열린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의 청문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차분했다. 금리인하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많지 않았고, 시장이 기대했던 극적인 정책변화 선언도 없었다. 그러나 차분히 진행된 청문회에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기준금리가 언제 인하되느냐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앞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시장을 지탱해온 유동성 중심 질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에 있다. 흔들리는 연준, 내부 균열의 시작 워시 청문회 이후 열린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런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에서 동결했다. 시장 예상과 같았다. 그러나 회의 내용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려 4명의 위원이 반대의견을 냈다. 이는
04.24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까지 40일이 남았고, 후보자등록 마감일까지는 22일이 남았다. 유권자는 5월 15일까지 등록한 후보자들을 살핀 다음 6월 3일 선택을 할 것이고, 그 결과로 16개 광역시·도와 227개 시·군·구 행정부와 의회가 구성될 것이다. 독자들께서는,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동네의 단체장과 의원 후보자들에 대해 얼마나 정보를 얻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선거연차 지날수록 후보자 수 계속 줄어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시행한 이래 지금까지 8번 지방선거를 했고 이번이 9번째다. 1987년 민주헌법을 채택한 이후 올해가 39년째 되는 해다. 이 정도 민주주의 경험이 쌓이면, 점점 더 다양한 후보들이 공약을 놓고 경쟁을 해서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풍부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선거가 거듭될수록 후보자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건 대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다. 선거운동도 가장 큰 범위에서 하고
04.17
한국의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하는 전략은 거의 대부분 다음의 세 가지를 조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투자 보유 기간과 판단 근거 자료’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차트·단타·수급형’이고, ‘시장과의 관계 및 포트폴리오의 구조’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 대형 기술주·우량 성장주 직접보유형’ 인데 특히 ‘테마·섹터 추종형’으로서 한국 개인은 ‘기업 한 곳’만이 아니라 AI, 반도체, 바이오, 2차 전지, 정책 수혜, 자원개발 같은 이야기 축에도 강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관련 분야에 종사하거나 전문가들이나 알만한 AI, 반도체, 바이오, 2차 전지, 자원개발과 관련된 지식들이 전국민의 기본 교양 지식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터보 퀀트’라는 압축 기술에 대해서 전 언론은 물론이고 거의 일반 국민들조차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분석하며 이를 반도체 주가와 연동지어서 공부하고 토론한 경우는 아마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AI 본질은 시스
04.10
2029년 1월 20일 오전 11시 59분 59초.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의 제 47대 대통령 트럼프의 임기는 이 때까지다.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선거 다음 해 1월 20일 정오에 시작한다고 연방헌법에 명기되어 있다. 이 시각 전에 대통령 유고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때까지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도 잔여 임기는 부통령이 채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지 겨우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미국 주도로 오랫동안 만들고 유지해 왔던 다자주의적 국제 규범의 훼손, 이란과의 전쟁 유발 등과 같은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물러나는 날이 올 때 즈음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반트럼프 민심이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행보는 대외정책
03.20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AI 전공자들의 전유물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학부를 마치고 회사 생활을 하던 필자는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대학원에서 AI를 공부했다. 그때는 AI 전공이 컴퓨터과학(공학)의 세부 전공들 가운데 하나였고 전공자들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대학원에서 AI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대학들의 수 또한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 시절이었다. AI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각종 해석학, 측도론, 변분법에 기반한 최적화 이론, 확률론적 미적분학, 선형대수학 등 어찌 보면 통계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한 선수과목들과 비슷한 이들 내용을 술술 꿰고 있어야 하는데, 컴퓨터 과학(공학)의 학부과정에서는 이런 내용을 공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I 전공에 필수인 이런 과목들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학과는 당시 수학과와 물리학과 밖에 없었는데 이는 시점과 지리적으로 보
03.13
12일 막을 내린 이번 중국 양회를 단순한 경기부양 이벤트로 읽으면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과거 중국 경제를 끌고 간 것은 부동산, 지방정부 투자, 수출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세 축은 모두 예전처럼 강하지 않다. 부동산은 장기 조정국면이고, 지방정부는 부채 부담이 크며, 수출은 지정학과 보호무역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사실상 이렇게 말한 셈이다. “예전 엔진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으로 갈 수 없다. 이제는 기술 소비 자본시장 국가전략산업을 새 엔진으로 삼겠다.” 양회가 바꾼 게임의 법칙 여기서 우리가 읽어야 할 첫번째 키워드는 총량보다 배치다.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 특수채는 단순한 경기부양 자금이 아니다. 소비재 교체, 장비 업데이트, 국가전략 프로젝트, 첨단산업과 인프라에 자금을 꽂는 도구다. 여기에 소비촉진용 2500억위안, 추가 재정·금융지원 1000억위안이 함께 제시됐다. 즉 이번 양회의 핵심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03.06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을 끝내고 병사를 귀환시켜야 한다.” 2020년 2월 29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상대로 ‘도하 협정’에 서명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000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해 온 단골이슈였고, 대외 관계에 있어서 소위 트럼프식 고립주의를 내세운 ‘트럼피즘’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보수적인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피즘에 환호했고, 트럼피즘은 미국 정치의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백악관의 주인이 되게 만들었다. 집권2기 변질되는 ‘트럼피즘’ 트럼피즘은 학술적이거나 객관적인 용어가 아니어서 통용되는 정의(definition)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외 관계에 있어서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을 비판하고 불필요한 군사개입을 비용 낭비라고 폄하하고 있다. 그런데 집권 2기에 들어선 트럼피즘의 실상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02.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등 외교행태에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런 행태의 배경으로 '경제안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경제안보의 내용은 고정적이지 않고 점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약탈적 헤게모니 국가’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모두 이 경제안보 용어와 연관돼 있다. 트럼프는 두 번의 집권 시기인 2017년, 2025년에 각각 발간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경제안보라는 용어를 이례적으로 도입하고,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강조했다. 경제안보는 주로 학계에서 확장된 안보 개념의 하나로 거론됐지만 안보 공식문서에 명시된 것이다. 이전 시기(2015년)와 중간 시기(2022년)의 국가안보전략에서는 경제안보라는 용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7년 국가안보전략을 공개하면서 “경제안보는 국가 안보이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경제안보를 명시했다.
02.20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내란 주요종사자 김용현도 징역 30년에 처해졌다. 위헌·불법계엄이 발발한 지 444일 만이다. 1심 재판부는 윤석열 등의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에 대한 중형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 누군가는 만족할 테고, 누군가는 불만이거나 분노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3심제에서 겨우 1심이 끝났을 뿐이다. ‘12.3 내란 이후’에 대한 세계적 관심, 왜? 사실, ‘12.3 내란’ 이후 한국정치와 사회, 법원 판결에 대한 관심은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도 뜨겁다. “(사형이 선고된다면) 행정부 최고위직의 책임을 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주요국들과 달리, 한국은 견제와 균형, 처벌의 메카니즘이 타협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국가로 인식될 것이다.”(2026년 2월 18일, ‘사형인가, 무죄인가?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판결 3가지 시나리오’, The Diplomat) 위 인용문은 2월 19일 내
02.13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2026년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의 거대한 물줄기가 다시금 홍콩으로 회귀하고 있다. 한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 지위가 흔들린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작년부터 시작된 중국 첨단 기술 기업들의 홍콩행 ‘엑소더스’는 홍콩이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슈퍼 커넥터(Super Connector)’임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상장의 질적 변화다. 단순한 제조나 소비재 기업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세대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들이 홍콩 증시를 그들의 ‘자본 성소’로 선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금 조달의 목적을 넘어, 미국의 기술 봉쇄에 맞선 중국의 ‘기술-자본 자립 선언’이자, 월가와 중동 자본이 중국의 미래 가치에 다시 베팅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서막이다. 나스닥 대신 홍콩을 택한 테크 유니콘들 과거 중국 테크 기업들에게 나스닥(NASDA
02.06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의 취임 1주년을 유럽의 한복판에서 맞이했다. 지난 1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분명히 했고, 본인의 리더십으로 인해 취임 1년 만에 미국의 경제가 더할 나위 없는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그린란드를 미대륙과 유럽을 잇는 핵심 연결고리로 평가하면서 미국 본토로 유입되는 어떠한 외부의 영향력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을 힘주어 밝혔다. 마가(MAGA)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1년 만에 1823년의 ‘먼로주의’를 소환했고, 여기에 도날드 트럼프라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의 함의와 외피를 장식했다. 지금부터 200여년 전 미국의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James Monroe)는 당시 기준으로 구 대륙인 유럽을 향해 일종의 관계 단절과 같은 입장을 표방하면서, 결과적으로 신 대륙인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우세적 지위를 인정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먼로주의의 진의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