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
2025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해 중앙집중형 송전망을 통해 수요처로 전기를 보내는 '규모의 경제'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과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력공급, 수요, 운영, 송배전 등 전력시스템 전반에 걸쳐 ‘유연성 경제’를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연성 경제는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의 확대를 요구한다. 재생에너지는 가상발전소(VPP) 기술과 AI를 활용하여 발전량을 보다 예측가능하게 해야 한다. 화력발전소와 같이 급전 가능한 자원이 되어야 진정한 주력전원이 될 수 있다. 경직성 기저전원인 원전은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프랑스 원전들은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부하추종 운전기능을 갖고 있다. 전력이 남아도는 시기에는 전기뿐만 아니라 열과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탄력운전 기능을 구현해 낼 수 있어야 재생에너지와 같이
12.10
일일동장으로 동주민센터를 방문했던 어느 날, 창구 앞에서 상담 순서를 기다리던 한 어르신을 만난 일이 있다. “겨울이 되면 걱정이 많다”는 그 짧은 말 속에는 몸이 아플까, 난방은 괜찮을까, 혹시 연락이 닿지 않을까 하는 여러 불안이 겹쳐 있었다. 현장을 돌다 보면 이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럴 때면 도시가 지켜야 하는 것은 화려하고 거대한 시설이 아니라 추운 계절에 불안을 느끼는 한 사람의 삶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구로는 산업과 주거가 공존하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다. 청년과 고령층, 1인 가구와 가족 단위 주민이 함께 생활하는 구조는 일상의 위험과 돌봄의 부담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함을 의미한다. 중앙정부의 단일 기준만으로는 이처럼 지역마다 다른 일상의 위험과 돌봄 수요를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이에 구로는 생활 지형과 주민의 필요를 바탕으로 일상적 안전과 돌봄의 기반을 재정비하는 ‘구로형 기본사회’의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구로형 기
12.09
지난 여름 유럽의 한 밀 재배 농가를 방문했을 때 농장주는 “작년과 똑같이 했는데 작황이 형편없다”고 털어놓았다. 기온은 연일 40도를 넘었고 비는 오지 않았다. 토양 수분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예측 기반 관리 체계가 없던 그는 대응 시점을 놓쳤다. 결국 수확량은 30% 넘게 감소했고, 비슷한 상황이 유럽 전역으로 번지자, 국제 곡물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주요 수출국들은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비상 체제를 발동했다. 만약 이 농가가 토양과 기상 변화, 생육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인공지능(AI)이 관수 시점과 양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면 결과는 훨씬 달랐을지 모른다. 기후가 불안정해질수록 식량 위기는 경제 문제로 확장되고 농업은 더 높은 수준의 대응력을 요구받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과 안정적 식량 공급망 구축, 기후변화 대응력 강화는 이제 국가의 생존 전략이자 필수 과제가 됐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경험에
12.08
달성군은 1995년 경상북도에서 대구광역시로 편입된 도농복합도시다. 달성군은 대구시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넓은 권역을 무대로 경제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8개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2023년 대형 국책사업을 연달아 유치하는 등 산업 분야에서 큰 도약을 이루고 있다. 우선 대구 미래 스마트기술 국가산업단지(제2국가산단)는 2023년 달성군 유치 결정에 이어 지난 7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되는 등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 제2국가산단은 2030년까지 화원읍과 옥포읍 일대에 총 255만㎡ 규모로 조성된다. 유치업종은 로봇·미래차 등 미래모빌리티 중심 제조업, 인공지능(AI) 등 지식서비스업이다. 달성군은 국가산단 유치에 따라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대구시에 월배안심차량기지의 달성군 통합 이전 및 도시철도 1호선 옥포읍 연장을 제안했다. 대구산업선 역시 2030년 완공될 예정이다. 서대구역에서 구지면 대구국가산단까지 이어지는 총 36.4km의 철
12.04
오늘날 우리는 전례 없는 복합위기의 중심에 서 있다. 수도권 인구비중 50% 돌파와 107곳에 달하는 인구감소지역은 ‘지방소멸 가속화’라는 국가경제의 구조적 위협을 경고한다. 특히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중소기업 CEO 고령화와 기업승계 저조에 따라 그동안 이룩한 경영·기술적 성과가 사장될 우려까지 더해지며 지역기업의 생존을 어느 때보다 크게 압박하고 있다. 급격한 환경변화 앞에서 더 이상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의 강점을 연결하여 동반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신산업 대전환 및 기업의 지속가능한 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월 경남 창원지역 소재의 한 기업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20년째 회사를 운영해 온 대표님은 “기계도 늙고 사람 구할 곳도 없어 갈수록 사업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는 지역소멸과 산업기반 약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지역소멸 위기극복과 지역산업
12.03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국가 전략의 주요 축으로 설정하는 흐름은 시대적 변화에 부합한다. 산업·교육·의료뿐 아니라 재난관리에서도 AI 활용은 필수적 과제가 되고 있다. 재난관리의 핵심은 위험을 빨리 알고, 정확히 판단하고, 자원을 적시에 배치하는 일이다. AI는 이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술적 잠재력뿐 아니라 정책적 필요성도 크다. 해외 사례는 AI가 재난관리의 속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싱가포르는 배수관로에 1000개 이상의 수위 센서와 500개 이상의 CCTV를 설치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CWOS)을 운영한다. 구글 플루드 허브(Flood Hub)는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홍수를 최대 7일 전에 예측한다. 2023년 80개국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1년여 만에 대폭 확대된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산불감지시스템(NGFS)은 산불을 1분 이내에 찾아낸다. 0.25에이커(약 1000㎡) 크기의 작은 산불도 감지가 가능
12.02
국회세종의사당 완공 시점이 2031년 혹은 2033년으로 미뤄지고 있다.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자는 ‘국회법’ 통과에만 9년, 이전 규모를 확정하는 ‘국회규칙’ 통과까지 11년이 걸렸다. 지금 세종에 필요한 것은 거대한 건물이 아니라 국회의 기능 이전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세종이 진짜 입법 중심지가 되려면 국회지원기관인 입법조사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미래연구원부터 먼저 내려와야 한다. 이들 기관의 업무 특성은 대부분 온라인 기반의 분석과 연구다. 이전 난이도는 가장 쉽고, 인원은 약 300명. 그러나 효과는 압도적이다. 이 300명이 세종으로 들어오는 순간, 세종은 단순한 행정도시가 아니라 ‘국회가 실제로 일하는 도시’로 전환된다. 이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변화이며, 실질적인 입법 기능 이전의 첫걸음이다. 국회세종의사당 개청을 마냥 기다릴 이유도 없다. 국회가 결단하면 올해 안에도 실행할 수 있다. 상임위나 의원실이 입주하기 전이라도 정책지원 기능이 세종에서 작동하
12.01
이재명정부 국정과제 55번은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이다. 소위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말한다. 교육부는 그 실행 방안인 ‘국가 균형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향(안)’을 12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주 서울대와 전북대·전남대·부산대·경북대 등 10개 국가 거점국립대 총장 협의체인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성공에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교육계 일부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고등교육 예산이 쏠리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사립대가 더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KAIST 10개 만들기가 더 필요하다”라는 주장도 있다. 고등교육비 OECD 평균 68.5%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5년 교육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등교육비는 1만4695달러(OECD 평균 2만1444달러의 68.5%)다. 이는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기술이 아닌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은 AI를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으며, 모든 산업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AI 대전환'(AX, AI Transformation)의 거대한 물결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재하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그 첫발을 내딛었다는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17년 만에 부활하는 과학기술부총리 제도와 함께 흩어진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 첫 단추이자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AI 원팀'의 공식적인 출범 선언과 같다. 그동안 ICT 정책은 때로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시너지를 내지 못하거나 각 부처의 우선순위 차이로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AI처럼 전방위적 파급력을 지닌 기술은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산업 교육 국방 등 다각적인 정책 조율이
11.26
지난 2023년 4월 성남시 소재 보도 구조물이 갑작스럽게 붕괴돼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평범한 출근길에 벌어진 이 사고는 노후 인프라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현실적 위협임을 국민에게 다시금 강하게 각인시켰다. 해외 선진국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I5 교량, 캐나다 알링턴(Arlington)교 역시 붕괴 되거나 안전 문제로 폐쇄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건설된 고속도로는 2030년을 전후해 본격적인 노후화에 접어든다. 2025년 기준 전체 고속도로의 약 11%가 공용연수 30년을 초과했고 2040년에는 그 비율이 62%로 6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량, 터널 등 주요 구조물 노후화가 심각해져 노후화된 구조물 현황은 2025년 1438개소에서 2040년에는 7900개소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향후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 유지보수 방식은 고속도로 일부를 교통차단하고 작업함으로
11.25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오래 사는 것만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건행(建幸)’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3년 ‘세계 노인건강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 사회의 핵심 과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25년 10월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1.9%인 금천구 역시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다. 초고령화로 어르신에 대한 돌봄 수요는 늘어나지만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주의 확산으로 가족 돌봄 인식은 약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AIP). 나이가 든 이후에도 이제까지 살아온 지역 사회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어디서, 어떻게 건강하게 나이 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국가의 응답이 필요하다. 국가가 나서 노년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며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
11.24
“지수는 올랐는데 내 주식은 오르지 않았다.” 최근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다. 반도체 조선 방산 등 일부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감과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 제도 강화, 주주 충실의무 도입 등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지수 상승의 상당 부분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체감은 숫자와 다르다. 정부정책이 기업의 밸류업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투자자가 기업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기업이 공시하는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의 신뢰성이 전제돼야 한다. 기업 공시의 신뢰성은 투명한 외부감사에서 비롯된다. 외부감사는 투자자와 피투자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줄이고, 기업의 재무정보에 대한 인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회계업계는 지정감사 축소, 저가 수임경쟁
11.20
10월 17일 경기도 용인의 느티나무 도서관에서는 글로벌 도넛 데이 행사가 열렸다. 21세기의 인류와 지구가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도넛 경제학의 비전을 마을에서, 도시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전세계의 무수한 단체와 기관, 그리고 개인들이 실시간으로 서로 연결하여 함께하는 자리였다. 옥스팜 활동가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저술한 ‘도넛경제학’(홍기빈 역, 학고재)은 우리에게 무한한 경제성장의 신화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한다. GDP로 계측되는 경제성장의 신화가 지속된다면 산업사회의 무한팽창으로 지구의 생태적 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자연의 생태적 한계를 존중하는 가운데에서 사회 성원들 모두에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생활 수준이 주어질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의 ‘좋은 삶’을 경제 조직의 목표와 원리로 삼자고 제안한다. 이 생태적 한계를 바깥의 큰 동그라미로, 사회적 최소한의 한계를 안쪽의 작은 동그라미로 하여 두 개의 원을 그려보면 도넛의 모양이
11.19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을 위한 야심찬 방안을 내놓았다.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의 R&D 예산을 바탕으로,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을 10%로 대폭 확대하고, KAIST 등 4대 과기원을 AI 허브로 전환하며, 관리 중심 규제를 혁파해 연구자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한 국가의 과학기술력이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긍정적 정책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간 우리 연구 현장은 과도한 행정 부담과 경직된 평가 시스템으로 신음해 왔다. 연구자들은 정작 연구보다 서류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평가 문화는 도전적 연구를 가로막았다. 이번 방안이 제시한 연구비 자율 사용 확대, 혁신성 중심 평가,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단계적 폐지 등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재 육성에 대한 전방위적 접근이다. 초중등 수학·과학 교육 강화부터 대
11.18
경기도 시흥(始興)시는 ‘흥함이 시작되는’ 도시다. 300년 전 조성된 호조벌은 백성을 먹여살리는 생명의 땅이었고 관곡지에서 싹틔운 전당홍 연꽃씨는 한반도 전역에 꽃을 피웠다. 내륙 깊숙이 자리잡은 시흥 갯골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세대를 이어 살아가고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시흥스마트허브는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제조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 시흥 땅에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번영과 성공의 기운이 그득하다. 뿌리 깊은 흥함의 기운이 이제 바이오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시흥의 미래 지형을 바꾸기 위한 확신의 승부수였다. 이 담대한 도전으로 시흥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시흥시는 세계 1위 바이오 메가 클러스터를 비전으로 한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에 선정됐다. 특화단지 지정 1년여 만에 국내 대표 제약사 ‘종근당’을 유치했고, 국내 최초 AI·바이오 융합 병원인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이 건립 협약 6년 만에 첫삽을 떴다. 시흥의 미래가 자
11.17
정부가 10월 15일 내놓은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정치권에서 재건축·재개발 초과이익환수제의 완화 또는 폐지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이른바 ‘재초환’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재건축으로 발생한 조합원의 개발이익 중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최대 50%까지 환수하는 장치다. 제도의 취지는 명확하다. 공공의 인허가와 기반시설로 생긴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로 환원하자는 것이다. 통상 부동산개발이 성공하면 초과이익은 발생하게 된다. 개발 과정에서 토지이용계획 변경, 기반시설 확충, 금리·물가·수요 등의 변수로 사업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익의 크기’보다는 ‘누가, 어떻게 나누느냐’다. 해외에서도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영국 런던은 대형 개발사업에서 초과이익의 20~35%를 공공주택 공급에 재투자하도록 하고, 일본은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의 댓가를 공공기여금으로 환수한다. ‘적정 수준의 환수와 개발유인 간 균형’이 모든 국가에서 최대 쟁점이다. ‘
11.13
우리 경제는 새로운 전환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내수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에 다다르고, 인구감소와 소비위축은 중소기업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국내시장만 바라보는 성장 전략으로는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세계시장으로 시야를 넓히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길이며, 동시에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한 해답이다. 수십 년간 한국의 수출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산업구조는 크게 바뀌었다. 틈새기술과 아이디어로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형 중소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거대한 자본보다 빠른 판단과 기술 집중력이 경쟁우위를 만든다. 최근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온라인 수출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현지 합작이나 기술협업으로 성장기반을 다지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부와 유관기관은 수출금융, 해외
11.12
민간위탁제도는 정부의 한정된 재원과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방행정의 중요한 축이 되어 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사업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3조4000억원에 이르며, 이는 정부예산의 2%를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민간위탁금 규모의 급속한 확대에 비해 회계투명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 민간위탁금에 대한 투명성 확보 장치로 서울시가 2014년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를 개정해 외부 회계감사제도를 도입한 이후, 11개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40개가 외부 회계감사제도를 의무화하였으나 나머지 203개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내부 감사부서의 단순한 검사에 머물고 있다(2023년 금액 기준으로는 약 75%가 내부 검사만을 실시). 최근에는 조례에 외부 회계감사를 규정한 40개 지방자치단체 중 일부에서 회계감사 대신 간이한 결산서 검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동일
11.11
최근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한국 남성들에 의한 라오스 여성과 아동 대상 성착취 실태가 드러났다. 일부 언론은 ‘외국에서의 일탈’이나 ‘나라 망신’으로 다루며 문제의 본질을 비켜갔다. 사람들은 충격과 분노를 보이면서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가난해서 생긴 문제이고, 그 나라에서 단속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반응도 보인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면 문제는 더 깊어진다. 성매매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이윤을 쫓는 성착취 산업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2024 인신매매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여성 아동의 인신매매 피해는 2019년보다 38%가 늘었고, 60%가 성 착취 목적 인신매매였다고 한다. 차일드라이트(Childlight)의 'Searchlight 2025'는 아동 성착취(CSE) 조직이 합법적 기업처럼 이윤 극대화에 중점을 둔 비즈니스
11.10
요즘 마포대로를 지날 때마다 걸음을 멈추게 된다. 한그루 한그루가 마치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요즘은 삼개로에 새로 심은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하루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지난 6월 마포구는 마포대로와 삼개로 일대의 가로수를 토종 수목으로 교체했다. 이는 단순한 나무 교체가 아니라, 가로수 민원을 해소하고 노후 수종의 안전 위험을 제거하며, 외래종 위주의 도시 조경에서 벗어나 ‘마포의 전통과 역사’를 되살리는 특화거리 조성사업이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멀쩡한 플라타너스를 베고 비싼 소나무를 심었다”, “예산 낭비다”, “송진 가루로 피해가 발생한다”는 식의 비판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이는 사업의 본질과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다. 마포대로 소나무 식재는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도시환경과 구민의 삶을 위한 장기적 환경 투자사업이다. 그동안 마포대로를 비롯한 도심 가로수는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외래종 플라타너스가 주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