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6
2026
도시는 언제나 기술의 발전에 맞춰 인프라를 확장하며 진화해왔다. 19세기 말 전력망은 도시를 수직·수평으로 확장시키고 24시간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20세기 말 인터넷과 21세기 모바일 기술은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네트워크 도시와 플랫폼 경제를 만들어냈다. 기술은 빠르게 교체되지만 인프라는 수십년 동안 도시구조와 산업생태계, 그리고 도시의 위상을 결정한다. 전력 수도 인터넷 같은 인프라는 결국 다른 도시기능과 산업이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었다. 도시 차원의 에너지 전략 재구성해야 지금 우리는 다시 새로운 전환점에 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인공지능(AI)이 있다. AI는 더 이상 특정 산업만의 기술이 아니라 교통 물류 건물 공공서비스 등 도시운영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와 AI가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AI 연산은 기존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
05.21
기소독점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검사는 공소제기에 있어서 만큼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다. 검사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공소제기를 안 할 수도 있고, 장발장과 같은 매우 경미한 사건도 엄중하게 그 죄책을 물어 기소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검사의 권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는 더욱 거대한 힘을 발휘하여 온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난 윤석열정권에서 자행되었던 검사와 국가정보원의 조작수사와 조작기소가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과연 이것이 사실인가를 되묻고 싶을 만큼 처참했다. 2026년 4~5월에 진행된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를 통해 검찰이 증거를 위조·변조하거나, 허위보도 조작기소를 하거나 이들에 관련된 자들에 대한 진술 강요 등 구조적이고 치밀한 조작수사 및 조작기소를 한 정황이 사실로 밝혀졌다. 예컨대 대장동 사건의 핵심 물증으로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재창이형”이 이재명 대
05.20
자동차 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통합제어 패러다임 전환 기존 SDV 논의가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샤시 영역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동, 조향, 현가는 독립적으로 개발되어 왔지만 전동화와 자율주행의 확산은 차량 거동을 통합적으로 정의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이 변화의 핵심은 통합 샤시 제어, 즉 ICC(Integrated Chassis Control)다. ICC는 차량의 종·횡·수직 거동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하고, 목표 거동을 기준으로 제동·조향·현가를 동시에 제어한다. 이는 ESC 기반 협조 제어를 넘어 샤시를 개별 기능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모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중국 OEM 가속 전략 중국 OEM들은 이 변화를 가장 빠르게 실용화하고 있다. 도메인 컨트롤러 기반 E/E 아키텍처 위에 통합 제어 로직을
장애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증상의 강도와 악화 속도, 약물과 식이에 대한 반응, 수면 패턴, 응급상황의 전조 증상까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아이의 반응과 변화를 가장 오래, 가장 밀도 있게 지켜보고 축적해 온 사람은 결국 부모이다. 그래서 부모의 경험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통합돌봄의 중요한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AI는 이러한 경험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개인별 반응과 변화 패턴을 학습해 지속가능한 통합돌봄을 구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활동지원사 매칭, 개별화교육계획, 의료기관 연계, 긴급돌봄 과정에서 당사자의 특성과 필요한 지원이 함께 공유된다면 부모가 기관이 바뀔 때마다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정보 보호와 당사자 동의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지만, AI 기록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장애인의 특성과 건강 상태, 의사소통 방식, 위기 대처법 등을 하나의 돌봄 기록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
05.19
보편적역무 제도는 지리적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도서 산간 등 지역 주민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유지 보수의 어려움은 보편적역무의 본질인 ‘공평한 접근권’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리적 특성상 대도시보다 훨씬 많은 구축, 유지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도심과 동등한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담보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재난 상황에서의 안전권이나 디지털 경제 활동에서의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향후 보편적역무는 도서 산간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대도시와 대등한 수준 안정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을 고려한 기술중립성 차원의 다양한 제공방식 허용, 경쟁중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 체계로 제도를 효율적으로 현대화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국내 네트워크를 대규모로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구글 넷플릭스 등 글
05.18
최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방문은 대한민국 소방의 국제협력 방향을 재확인하고 ‘K-소방 시스템’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한 매우 뜻깊은 계기였다. 대한민국이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해 온 119신고·출동 체계와 재난대응 경험, 그리고 첨단 소방기술이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가치 있는 자산임을 현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성과는 아세안(ASEAN) 지역과 재난 대응에 대한 연대·협력 기반을 한층 구체화하고 공고히 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세안 재난관리 인도지원조정센터(AHA센터)를 방문해 기후변화 등 점차 대형화·복합화되는 글로벌 재난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를 깊이 있게 논의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내무부 장관과 재난관리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며, 한국형 119긴급신고시스템과 통합 출동체계를 현지에 전수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진과 화산 등 자연재난이 빈번한 인도네시아에서 우리의 선진화된 시스템은 현지 재난대응 체계를 한 단계
05.14
2026년 8월 12일부터 시행되는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무엇을 어떤 순서로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실무기준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PPWR은 다양한 규제 대응체계가 동시에 요구되면서 기업들이 대응 과정에서 복잡성과 부담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 PPWR의 본질은 EU 시장에서 제품 경쟁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산업 질서에 가깝다. 이제 경쟁력은 제품의 가격과 품질이 아니라 포장재의 재활용성, 재생원료 사용 여부, 유해물질 관리, 기술문서 체계까지 포함한 ‘입증 가능한 데이터’이다. 즉, 포장재는 더 이상 제품을 담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시장 접근성과 수출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PPWR은 단순히 재활용 비율을 높이라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05.13
버츄오소(Virtuoso)가 2026 심포지엄 개최지로 서울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행사를 위한 도시를 고른 것이 아니었다. 그 결정에는 럭셔리 여행 산업이 향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서울은 오랜 역사와 문화적 깊이에 혁신적인 감각이 더해진 도시로, 세계 럭셔리 관광 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기에 손색없는 무대다. 의미 있는 경험과 세련된 현대성이 공존하는 목적지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럭셔리 여행이 지향할 방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중적 매력은 전세계 럭셔리 여행 업계를 이끄는 360여명의 영향력 있는 트래블 어드바이저와 파트너 브랜드 관계자들이 서울에 도착한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체감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진정성 있는 환대와 현대적인 감각 속에 담긴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도심 속 고궁의 고요한 품격과 전통시장의 활기가 공존하는
05.12
미역, 다시마같은 해조류와 해초류인 잘피가 넘실되는 풍경이 1990년대부터 사라지고 사막화되어간다고 해양학자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50년간 우리나라 바다 표층 수온이 1.1℃ 이상 상승하였고, 이는 전 세계 약 2배 수준이다. 겨울철 무럭무럭 자라 봄에 다음 세대를 시작하는 해조류에게는 치명적이다. 여름철 높은 수온은 잘피도 열상을 입고 생기를 잃어갈 정도다. 하지만 바다는 이런 변화도 어느 정도 받아 안을 품을 가졌지만 해양오염, 폐기물 피해, 대규모 해안 개발, 성게 대량번식 등 여러 요인이 뭉쳐진 생태계 붕괴에 그 힘을 잃어버렸다. 바닷속 암반에 해조류가 사라져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이 연안을 뒤덮게 되었다. 해조류나 해초류가 육지의 숲처럼 군락을 이룬 바다숲은 육지의 초목과 같이 1차 생산자로 전세계 1000여종의 해양생물이 살아가는 산란서식처가 되고, 이산화탄소 흡수, 웰빙식품과 기능성 물질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갯녹음은 물속에서 진행되기에 일
05.11
먼저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단체장들에게 미리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광역과 기초단체장 그리고 교육감으로 임기를 시작할 여러분은 앞으로 지역 주민의 삶과 미래를 함께 책임져야할 막중한 위치에 서게 된다. 그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리라 믿는다. 우리가 단체장을 임명이 아닌 선거로 뽑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중앙정부가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를 임명했다. 당연히 단체장은 주민이 아닌 임명권자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지역과 주민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1995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된 것은 ‘지역과 주민의 일은 주민이 직접 뽑은 대표가 결정해야 한다’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원칙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직선제 선거는 행정이 주민을 바라보게 하고 중앙의 권력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이 같은 지방자치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을 돌아보면 비판도 여전하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다음의 4가지를 말하고 싶다.
05.07
필자가 20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작년 말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후 형사 분야 못지않게 도움 요청이 쏟아진 곳은 의외로 ‘이혼 현장’이었다. 특히 검사 시절 쌓은 ‘국제통’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국제 결혼 부부나 해외 거주 한국인 부부의 ‘국제 이혼’ 상담이 주를 이루었다. 이때 가장 절망적 상황은 미성년 자녀의 소재조차 모르는 경우다. 국내면 아이를 찾을 수 있으리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겠지만 배우자가 자녀와 함께 해외로 사라지면 남겨진 부모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국경의 장벽 앞에 무기력함을 절감하는 부모들에게, 필자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강력한 무기인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 협약은 16세 미만 아동이 체약국(협약 가입 국가)사이에서 불법적으로 이동되었을 때, 아동을 원래 살던 나라인 ‘상거소국(常居所國)’으로 신속하게 반환하기 위해 제정된 대표적 국제 아동 인권 협약이다. 한국에는 2013년 3월 1일 발효되었고, 체약국은 현재
05.06
1922년 어린이날을 선포한 방정환 선생은 이듬해 ‘어린이날 선언문’에서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라고 외쳤다. 일제강점기, 어린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자는 이 선언은 혁명적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 우리는 어린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최근 촉법소년 연령을 둘러싼 논의를 보면 여전히 어린이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와 처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이날을 앞두고 의미 있는 결정이 나왔다. 지난 4월 30일,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숙의를 거쳐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세 미만’으로 유지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숙의의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를 방패 삼는다’는 비판 속에 처벌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형성됐다. 이러한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소년 범죄 피해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은 결코 가볍지
05.04
지난 3월 어느날 밤, 경기도 광명의 한 작은도서관에서 바느질 모임이 한창이었다. 동아리 선생님이 말쑥하게 잘생긴 물고기 인형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명주실로 감아 대문 위에 거는 북어, 나쁜 기운을 대신 받아내고 밤에도 눈을 뜨고 집안을 지킨다는 ‘액막이 물고기’였다. 종교적 배경이 제각각인 회원들이었지만 거부감은커녕 어느덧 물고기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명주실로 몸통을 감고 정성스레 수놓아 만든 물고기들이 화사한 무늬를 입고 태어날 때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레 ‘세상 사는 이야기’로 흘러들었다. 대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필자가 ‘광명의 정치(인)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곧이어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다’ ‘시민을 위한다는 진정성을 못 느끼겠다’는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선거 때만 시민들의 손을 잡으려 하지 말고 평소에 시민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귀를 기울여달라는 주문이었다. 그것이 정치인의 응당한 자세이며 유권자인 우리가
04.30
2026년 4월 9일 개정 공휴일법은 5월 1일 노동절을 공휴일로 정했다. 원래 노동절은 민간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휴일이었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는 직업과 무관하게 평등하다.”(법제처, 공휴일 개정 이유 중에서). 예전처럼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었던 시절에는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는 공무원은 제외된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노동절'로 이름을 바꾸면서 '근로자'라는 표현이 삭제돼 노동절은 민간근로자와 공무원에게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예전에는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자의 날'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그럼 지금은 '노동절'이기 때문에 이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절이 적용되는 것일까. 노동절 제정법 규정을 보자. “5월 1일을 노동절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로 한다.” 기존의 규정과 비교할 때 마치 이름을 바꾼 것 말고는 별다른 차이가 없
04.29
단백질을 비롯한 생체분자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생명현상 이해와 신약 개발에 핵심이면서도 오랫동안 과학의 난제로 여겨져 왔다.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구글 딥마인드팀은 인공지능을 통해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고자 이른바 두 개 이상 생체분자가 결합해 형성되는 복합체 구조를 예측하는 코폴딩(Co-folding) 모델 개발을 주도해 왔고, 그 성과로 알파폴드(AlphaFold) 시리즈를 공개했다. 그러나 가장 최신 모델인 알파폴드 3는 논문과 추론 코드가 공개되었음에도 상업적 활용에 제약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KAIST 컨소시엄(KAIST HITS Merck 아토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을 통해 지난해 11월 독자적인 코폴딩 모델 개발에 착수하고, 프로젝트 시작 5개월 만에 기존의 코폴딩 모델과 유사한 정확도에 월등한 예측 속도를 가진 모델을 개발했다. 이로써 한국은 영국 미국
04.28
최근 우리 일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전기화(Electrification)다. 가스레인지가 인덕션으로 대체되고, 도로 위 내연기관의 엔진음은 점차 전기차의 고요함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인덕션 등 전기레인지 보급 비율이 2019년 29%에서 2025년 44%로 빠르게 증가하고, 전기차 구매 비중도 13.1%로 두 자릿수에 진입하는 등 일상 전반에서 전력 수요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촉발된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에너지의 94%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 트릴레마(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전 세계는 이제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또 깨끗하게 확보하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적인 전기화
04.27
우리나라 법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법률, 명령, 조례가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지방의회가 만드는 조례도 주민 생활에 밀접한 자치입법이지만, 법률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률이 정한 원칙을 흔들 수는 없다. 조례가 지역 현실을 반영하는 수단이라 해도 그 힘은 상위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 물론 지방의회가 법령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감수하면서 조례 개정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법령이 지역 현실을 충분히 담지 못하거나,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이익이 있고, 지방자치가 그 빈틈을 보충해야 할 때다. 실제 부산 생활임금 조례는 시장의 재의 요구와 대법원 소송을 거쳤지만 공공기관 청소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효력이 인정됐다. 인천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지원 조례도 영종·용유지역 주민의 경제적 부담 경감과 이동권 보장이라는 목적이 받아들여졌다.공통점은 분명하다. 법령과의 긴장을 감수하더라도 조례가 향한 곳은 시민과 공공성이었다. 그 기준에서 보면 최근 부산시
04.23
사람들은 왜 고향을 떠나는가. 학자들은 오랫동안 두 가지 답을 제시해왔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질 때 사람들은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 누가 정의하는가? 지금까지 이주 연구는 좋은 직장, 개인의 자유, 민주적 사회를 이주의 목표로 당연하게 전제해왔다. 한마디로 서구식 근대적 삶이 이주의 종착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근대성은 사실 식민주의와 함께 세계에 퍼져나갔다.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자신들의 가치관을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이식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오늘날에도 그 흔적은 남아 있다. 앙골라에 간 포르투갈인은 자동으로 ‘전문 인력’이 되고, 포르투갈에 온 앙골라인은 으레 ‘저숙련 이민자’로 분류된다. 출신이 다를 뿐인데 대우가 다른 이 현실은 식민지 시대의 위계가 지금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주
04.22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비만약’ ‘탈모약’ 급여화를 검토하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언급에 건강보험의 ‘한정된 재원’ ‘우선 순위’에도 맞지 않으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는 ‘건보재정’ 파탄론을 꺼내들며 ‘모퓰리즘’이라고까지 공격했다. 그런데 이 정책이 이런 비판을 받을만한가. 우선 비만약과 탈모약은 성격이 다르다. 최근 각광 받는 비만약인 글루카곤유사펩티드(GLP) 제제는 이미 급여대상인 국가들이 많다. 일본은 건강보험을 적용하며 영국은 무상으로 제공한다. 물론 급여기준이 있다. 고도비만이거나, 비만이지만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세계보건기구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비만치료를 통해 대사증후군감소가 입증돼 의학적으로도 급여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탈모약의 경우 의학적으로 효과가 커 광범하게 처방되는 약물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호르몬 억제제인 전립선비대증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남성 탈모에만 효과가
04.21
기술 패권 경쟁은 더 이상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모빌리티, 에너지 전환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경쟁은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구조적 경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과연 인재가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공과대학 여성 비율은 2000년대 초반 약 10% 수준에서 최근 20% 중반까지 확대되었다. 양적 성장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이들이 발휘하는 역할과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이 25%의 인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문제는 단순한 참여의 부족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인재의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보다 정확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산업 현장의 경력 경로와 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