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9
2026
세계 기술경쟁의 전장은 특허다. 그러나 경쟁의 핵심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은 특허를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그 특허를 얼마나 비즈니스와 산업경쟁력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특허는 단순한 기술보호 장치가 아니라 기업의 핵심 무형자산(intangible asset)이며, 이 무형자산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때 비로소 캐시카우(cash cow)가 된다. 결국 미래 산업 경쟁력은 R&D-특허-무형자산-수익모델로 이어지는 구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중국이다. 최근 글로벌 특허 경쟁에서 중국은 압도적인 양적우위를 보인다. 2024년 기준 중국의 특허출원은 약 180만건으로 전세계 출원의 49.1%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의 약 3배 규모다. 또한 2025년 인공지능 지수 보고서(AI Index Report)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 이후 전세계 AI 특허의 약 70%를 누적하며 단기간에 기술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반면
‘아스팔트 극우’는 국어사전적으로는 ‘광장이나 거리에서 주로 집회와 시위를 통해 극우적 주장을 하는 일단의 그룹’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 이념 스펙트럼에서 극우는 나치즘이나 파시즘 등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 등의 세력을 일컫는 말로서 현대에서는 미국의 ‘마가(MAGA)’처럼 이민과 소수인종을 배제하면서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이데올로기를 일컫는다. 아스팔트 극우는 이러한 의미와는 궤를 달리 한다. 한국정치 특유의 언어로서 12.3 불법계엄의 소산이다. 이데올로기와 언어는 하나의 기표로서 시대에 따라 의미를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원론적 의미의 ‘극우’와 다르다고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가 평균적인 시민의 인식과 큰 괴리를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단의 극우 주장을 펼치는 그룹이 ‘윤 어게인’을 외치고 강성그룹을 중심으로 결집도가 강해지면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무기로 세를 확산시키는 추세다. 보편과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에도
요즘 외래강의나 대중강연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눈이 뻑뻑하고 시린데 어떤 인공눈물을 써야 하나요?”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안구건조증은 더 이상 특정 연령대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도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생활 속 질환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눈물의 양’보다 ‘눈물의 질’이다. 최근 상담했던 20대 대학원생 영수씨(가명)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고,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눈이 뻑뻑하고 오후가 되면 시리고 충혈이 심해져 도움을 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가 하나 더 있었다. 이 주부터 여드름 치료를 위해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을 2주 처방해 복용 후 여드름은 아주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마지막 약을 복용했는데 눈이 더 건조해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눈물이 갑자기 많이 흐르는 증상까지 나타났다고
03.06
우리는 지난 몇년간 질문에 답하고 글을 요약해주는 인공지능(AI) 챗봇의 범람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모델들은 본질적으로 ‘통 속에 든 뇌’와 같다. 그들은 뛰어난 지능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만지거나 실행할 수는 없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오픈클로(OpenClaw)와 같은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이 ‘뇌’에 실제적인 손과 발을 달아주는 시도다. 에이전트에게 암호화폐 지갑, 트위터 계정, 웹 브라우징 권한, 그리고 API 호출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AI를 단순한 상담가에서 현실 세계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자(Agent)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태어난 ‘랍스타 와일드(Lobstar Wilde)’라는 에이전트는 단 사흘 만에 45만달러를 공중분해시키며 에이전트 시대의 서막을 기괴하고도 강렬하게 알렸다. 랍스타 와일드의 탄생은 대담했다. 개발자는 그에게 5만달러의 자금과 트위터 계정,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다시 한번 해외자원 의존도를 억제하는 경제안보정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본의 다카이치내각도 세계의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고 중일 마찰도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안전을 중시한 외교정책, 헌법개정, 경제안보정책 등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정책형 재정운영 방침도 공식화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의 기술혁신 분야, 안보 및 방위 산업 분야, 차세대 원자력 및 희토류 등 중요 광물 분야, 방재·신약·콘텐츠·푸드테크·항만·물류 등의 생활·인프라 분야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란 전쟁 계기로 경제안보 정책 중요성 부각 중일 마찰과 함께 대중의존도가 높은 희토류의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일본의 해저 희토류 자원 개발이 최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심 6000m의 해저에서 희토류를 포함하는 진흙의 회수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이 사업의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초심해 자원의 채취 성공은 일본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
2004년 중반부터 2008년 초까지 베네수엘라 대사를 역임한 필자에게 올해 벽두에 전해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 소식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재임 시절 여러 차례 만났던 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국정을 책임졌던 지도자가 국제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할 경우 자신의 파멸은 물론 국가의 운명까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위기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 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하자 베네수엘라를 반미진영의 핵심 국가로 지목했다. 마두로 집권기에는 선거부정과 인권탄압 문제가 불거지며 정치·경제적 압박이 본격화했다. 야권이 장악한 국회의 의장 과이도와 행정부 수반 마두로는 권력 정당성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2019년 1월 과이도가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자 미국은 이를 공식 인정하고 마두로정권을 겨냥해 국영석유회사(PDVSA) 등에 대한 강력한 경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을 끝내고 병사를 귀환시켜야 한다.” 2020년 2월 29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상대로 ‘도하 협정’에 서명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000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해 온 단골이슈였고, 대외 관계에 있어서 소위 트럼프식 고립주의를 내세운 ‘트럼피즘’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보수적인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피즘에 환호했고, 트럼피즘은 미국 정치의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백악관의 주인이 되게 만들었다. 집권2기 변질되는 ‘트럼피즘’ 트럼피즘은 학술적이거나 객관적인 용어가 아니어서 통용되는 정의(definition)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외 관계에 있어서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을 비판하고 불필요한 군사개입을 비용 낭비라고 폄하하고 있다. 그런데 집권 2기에 들어선 트럼피즘의 실상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03.05
유토피아, 오래 전에 등장해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한참 동안 쓰였으나 요새는 잘 쓰이지 않는다. 요새 학자들이든, 오랜 친구들이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 가지 주제가 있다. 부동산, 주식 그리고 인공지능(AI)이다. 얼마전 풍광이 아름다운 산봉우리에 오른 사람들조차 이 주제들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부동산과 주식과 AI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의 상상과 욕망을 지배 혹은 대표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 유토피아라는 말은 사라진 게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과 AI로 대체되어진 건 아닐까. 누구나 자산을 증식해 구태여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혹은 자기 하고 싶은 일(만)하며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유토피아의 의미와 이미지도 갖고 있으니 꼭 틀린 생각도 아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유토피아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널리 퍼졌던 이유가 사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
미국 제조업 최고 전성기는 제2차세계대전 직후 ‘메이드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공산품이 유럽 시장을 석권하던 시기였다. 당시 미제는 세계 최고 품질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며 경쟁력이 서서히 잠식됐고, 이후 독일 일본 한국 중국 제조업의 공세 속에서 위상은 지속적으로 약화돼왔다. 지금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조업 부활은 전통 제조업이 아니라 첨단 제조업이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제조업 생산국이며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은 전통 산업 기반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의 상당수는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과거의 위상을 상실한 상태다. 미국이 집중하는 첨단 제조업은 오바마정부 때의 ‘매뉴팩처링 USA(Manufacturing USA)’ 프로그램이 잘 보여준다. 기능성 섬유, 집적 광자공학, 3D프린팅, 로봇, 바이오 제조, 스마트·디지털 제조, 사이버 보안, 첨단
2026년 봄, 일본은 대학 졸업시즌을 맞아 대기업들의 신입 초임 인상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초임을 30만엔 안팎까지 올렸고, 인력 부족을 배경으로 청년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신규 대졸자 구인배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청년층의 ‘구직자 우위’ 현상이 인구 구조 변화에 기반한 구조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2025년 봄, 국유 대기업 중국핵공업집단(CNNC)은 공식계정을 통해 ‘핵심 채용 포스트 1730개에 119만6273건의 이력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후 게시물은 삭제됐고 회사는 ‘1730개 포스트에서 약 8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설명을 보완했다. 압도적인 지원 경쟁률은 한 기업의 사례를 넘어 중국 청년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공급 압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동아시아, 같은 졸업시즌이지만 한쪽에서는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력서가 산처럼 쌓인다. 인구구조와 성장모델의 차이가
03.04
헌법상 신체의 자유의 한 중요한 내용인 ‘죄형법정주의’는 ‘죄’와 ‘형’이 미리 성문의 ‘법’으로 ‘정’해져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예측가능한 형식으로 미리 법에 정하도록 해서 개인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보호하고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따라서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고,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본래의 목적이 실현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명확과 불명확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불명확
금융시장이 지정학적 이벤트에 대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투자자들은 그저 과거의 학습효과에 따라 반응할 따름이다. 남북관계를 떠올려보자. 과거 여러 차례 긴장국면이 조성된 바 있었지만 남북갈등 때문에 금융시장이 유의미한 타격을 받았던 경우는 없었다. 북한의 여러차례의 핵실험, 강화도 기습 포격, 연평도 인근에서의 남북 해군 충돌 등 결코 가볍지 않은 긴장상황이 조성됐지만 주가는 일회성 약세 이상의 조정을 받지 않았다. 이런 결과를 ‘남북갈등은 한국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오독이다. 남북긴장이 장기적 충돌로 비화되지 않고, 단기적인 이벤트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도 일회적이었다고 봐야 한다. 만일 남북긴장이 장기화되면서 악화됐다면 주식시장도 이를 심각한 악재로 해석했을 것이다. 과거와 다른 리스크 패턴 발생하면 주식시장도 바뀐 상황에 반응 과거의 패턴과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주가도 바뀐 상황에 반응해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시범사업 차원에서 시행해 온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한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할 때 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이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징수하는 방법은 EU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EU 배출권 가격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1월 15일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톤당 배출권 가격은 92유로였는데(2023년 8월 이후 최고치), 그로부터 한 달 후인 2월 25일 기준으로 72유로를 기록해 약 20% 하락했다. 현재 EU 집행위원회가 논의중인 EU 배출권거래제 완화 관련 불확실성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완화에는 배출권거래제 주요 대상이 전력에서 산업까지로 본격 확대됨에 따라 무상할당 기한 연장, 배출권 가격 인하,
03.03
문민통제(civilian control of the military)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군사력이 정당성과 책임성을 유지하며 운용되기 위한 핵심원리다. 여기서 말하는 문민(civilian)은 단순히 군복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뜻하지 않는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치적·행정적 권위, 헌정질서에 대한 책임, 그리고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군사력을 판단하는 시민적 위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문민통제의 본질은 국방부 장관이 군 출신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다. 군사력 운용과 국방정책의 최종 결정권과 책임이 민주적 권위에 귀속되는가의 문제다. 한국의 국방문민화는 2004년 참여정부 시절, 국방부를 ‘군을 관리하는 조직’에서 ‘국가안보 정책을 종합·조정하는 정부 부처’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아래 본격화되었다. 이후 제도적 정비와 인적구조 개편이 이어졌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양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5년 기준 장·차관 및 실·국장급 핵심 직위 26개 중 약 34
인공지능(AI) 거품론을 거침없는 기술혁신으로 잠재운 미국의 AI 산업이 산업 외부에서 발생한 악재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미국에서는 AI의 필수설비인 데이터센터의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한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초기에는 디지털 골드러시(Digital Gold Rush)로 불리며 각 지역의 유치 대상 1순위였으나 점차 부정적 기류로 변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전력 소비 및 전기요금 인상이 전국 공통의 대표적인 이유이지만 지역별로 수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소음 및 생활환경 저해, 낮은 고용 창출 및 세금 혜택 논란 등 다양한 양상을 띤다. 반대 활동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수자원 소비가 대폭 증가한 2025년에 들어와서 전국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정치화되기에 이르렀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2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에만 전국적으로 약 1000억달러 규모의 AI 프로젝트 20여 건을 저지하거나 연기시켰다. 트럼프의
새해 들어 반도체로 온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폭등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이익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전망에 주가가 끝없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성능을 나타내면서 글로벌 AI 기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데 학습과 추론용 데이터센터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야기된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그 원인이다. 국내외 첨단 메모리업체가 각광받는 이유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생산하는 GPU 연산코어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속도를 높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독점 공급과 수요 폭발 때문이다. 일반적인 D램 메모리보다 데이터를 보내는 전선 수를 대폭 늘려 통신속도를 높인 것이 HBM이다. 물론 HBM을 구성하는 D램 메모리 소자의 속도도 빨라졌는데 컴퓨터의 심장박동과도 같은 클럭 주파수가 올라가는 등의 개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선 수를 늘리는 것도 무한히 계속할 수 없고 클럭 주파수도 계속 올릴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는 반
02.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등 외교행태에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런 행태의 배경으로 '경제안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경제안보의 내용은 고정적이지 않고 점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약탈적 헤게모니 국가’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모두 이 경제안보 용어와 연관돼 있다. 트럼프는 두 번의 집권 시기인 2017년, 2025년에 각각 발간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경제안보라는 용어를 이례적으로 도입하고,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강조했다. 경제안보는 주로 학계에서 확장된 안보 개념의 하나로 거론됐지만 안보 공식문서에 명시된 것이다. 이전 시기(2015년)와 중간 시기(2022년)의 국가안보전략에서는 경제안보라는 용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7년 국가안보전략을 공개하면서 “경제안보는 국가 안보이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경제안보를 명시했다.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4주년을 맞았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큰소리치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종전은커녕 휴전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2022년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며칠 사이에 무너뜨리겠다던 블라디미르 푸틴의 ‘특수작전’은 이제 지난 세기 소련이 나치독일을 상대로 치렀던 ‘세계대전’(1941~1945년)보다 길어졌다. 아무도 전쟁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를 낸 데다 경제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상식적으로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던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전쟁의 종결을 압박하는 정책은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무력을 통한 영토 확장이라는 러시아의 노골적 국제질서 파괴 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원칙과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로 통과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한국 증시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규정이다. 다만 보유중이라면 기한이 6개월 더 늘어나고 외국인 지분 제한이 있는 기업은 최대 3년까지 소각을 미룰 수 있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제도 실시 등 주총에서 승인받는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 재계는 한마디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반대해 왔다. 헤지펀드 등 ‘기업 사냥꾼’의 적대적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비상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해 왔는데 이젠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계는 그간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넘겨 경영권을 행사하게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필리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마주 앉았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국방·경제·디지털협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로 했다.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방산 수출,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실질적 경제협력을 도모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은 1949년 수교 이후 축적해 온 신뢰를 제도적 틀로 한 단계 끌어올려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양국 간에는 안보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여지가 많다. 특히 역내 안보환경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해양 안보 역량 강화와 군 현대화 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 가치가 크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전투병력을 파병한 필리핀은 FA-50 경공격기 12대,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을 잇달아 구매하는 등 지난 10년간 약 30억달러 상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