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2
2024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화법이 직설적이었다. 신문사 경제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와 몇차례 식사를 함께 하면서 거침없는 화법에 놀랐던 기억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저출생 대책 시행에 회의감을 토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데도 언론의 여론몰이 때문에 마지못해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출산지원대책이 그렇다. 사람들이 ‘세상 참 살기 좋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아이를 많이 낳아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질 것이다. 팍팍한 세상을 그대로 둔 채 출산 지원에 재정을 풀어봤자 국고를 허비할 뿐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국정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그다운 얘기였지만 두고두고 그때의 말이 생각날 때가 많다. 저출생 문제가 그가 토로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역대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생률이 2022년 0.78명에서 작년에는 0.72명으로 더 추락하며 ‘부동의 세계 1위 저출생국가’ 기록 경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38개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
04.01
수출이 산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2월까지 수출액은 107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쌍끌이로 내용적으로도 만족스럽다. 무역협회가 전망한 금년 수출액 6800억달러 달성이 당초 어렵게 보였지만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 수출 호조에 고무된 정부는 수출 목표액을 7000억달러로 과감하게 높이고 범정부적으로 수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추진력이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 무역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전망을 금년 1월에 수정했는데 세계교역량 증가율은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성장률은 2.9%에서 3.1%로 상향했다. 통상환경 악화로 세계무역은 줄어도 미국과 중국 등 몇몇 나라는 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무역없는 경제성장’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무역없는 성장’ 암울한 경제 패러다임 확산 돌이켜보면 2차대전 이후 무역이 성장을 견인하는
03.29
일본에 온 한국 관광객들은 교통요금을 빼놓고는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수준에 놀라고 즐거워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이제 끝나간다. 3월에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린 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터널을 빠져나오는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이른바 ‘디플레 탈출 선언’이 임박했다는 분위기다. 2022년 이후 엔저와 함께 물가 임금 주가가 상승하고 이제 인플레 대책인 금리인상마저 거론되는 국면이다. 그런데 각 항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좀 복잡하다. ‘디플레 탈출선언’ 임박한 일본경제 첫째로 물가상승.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3년 3.0%였고 2022~2024년 3년 연속으로 정부의 ‘2.0%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89~1991년 이후 33년 만이다. 그러나 일본의 물가상승 이유는 국제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수입가격이 올라 공급 측면의 기업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국제요인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물가하락으로 갈
03.28
우리나라 최대 문제 중 하나가 격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세대 간 격차, 서울과 지방의 격차 등등. 격차의 주된 지표가 임금 또는 소득인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상생 연대임금, 임금체계 개편 등이 제기된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다 보면 임금격차보다 더 심한 것이 기업의 교육비 지원이다. 즉 학자금 제도의 유무와 지원액의 격차다. 임금격차보다 더 심각한 대기업 학자금 지급 필자는 1990년대 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조업 대기업의 한일비교를 한 적이 있다. 한국 기업은 직원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원으로서 학자금 제도를 운용해 자녀 대학수업료를 전액 기업이 지원하고 있었다. 기업 복지가 잘되어 있다고 알려진 일본이지만 기업이 직원 자녀 대학수업료까지 전액 지원하는 일은 없고 그러한 지원에 대해 도저히 이해불가하다는 반응이었다. 학자금 제도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데 과거 임금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는 국영기업 공기업
03.27
정부는 2월 기업가치제고를 위한 ‘상장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이익비율(PER)은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은 물론, 대만 같은 신흥국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라고 한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자본시장과 비교한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37.5% 수준으로 추정됐다. 최근 정부는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주주가치 확립을 위해 배당절차 및 물적분할 제도를 개선하는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더해 한국형 상장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는 상장기업이 이사회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연 1회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기업의 밸류업 노력을 자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하고, 스튜어드쉽코드에 이러한 항목을 반영해 연기금의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최상목
03.26
미중 전략경쟁은 누가 ‘규범 제정자’가 되고 누가 ‘규범 순응자’가 될 것인가의 싸움이다. 2차대전 승전국 미국은 지난 70여년간 국제 정치·경제 규범의 제정을 주도했다. 미국의 영향력은 소련 붕괴 이후에는 공산권을 포함한 전세계로 확대됐지만 서유럽과 일본경제가 성장하고,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의 규범 제정자 역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국제 경제 규범은 대부분 미국 주도로 창설된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가 다자주의나 복수주의 방식으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다자주의는 이미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은 만장일치제의 WTO 체제로는 자국 이익을 관철시킬 수 없자 다자간 통상체제인 WTO를 외면했다. WTO 출범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분쟁해결제도는 2017년부터 미국이 상소기구 심사위원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역할이 마비됐다. 다자간 국제 경제 규범 제정에서 빠지는 미국 각국 외국인직접투자(FDI)제도를 투명하게 만들어 투자를 촉진하자는 ‘투자원활화’도 한중일과 유
03.25
내년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고령세대의 빈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재정적자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금개혁도 기대난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장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이 또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적 보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은 자구책으로 금융산업이 제공하는 은퇴시장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연금저축 연금보험 퇴직연금은 물론 건강보험과 요양보험이 주목받는 이유다. 나아가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요양서비스에도 이용자가 몰린다. 이렇게 형성되는 은퇴시장에서 금융회사는 각 업권별로 특색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고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초고령사회 시작되지만 공·사보장체계 불안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 현재의 은퇴상품 및 서비스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연금상품은 수익률이 높지 않고 실손의료보험 등 건강보험이나 간병보험은 연령이 많을수록 보험료 부
03.22
제22대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총선보다는 유권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져 권리행사의 효용성이 제고될 가능성이 있으나 선택기준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그간에는 개인의 정치적 관념을 중심으로 투표를 했으나 한국 현실과 시대변화, 후손들을 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역대 국회 입법안 발의건수 추이를 보면, 제17대 5728건, 19대 1만5444건, 21대 2만2637건이다. 전문가들은 부실 및 표절 법안 등 과잉입법이라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은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며 자신들과 기득권층의 사익추구, 편법과 불법 등으로 국민의 정치혐오를 팽창시켜 왔다. 한국 현실과 시대변화, 후손들을 위한 대응이 선택기준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유권자는 정치이념을 낮춰 몇가지 근본기준으로 출마자를 택해야 할 것이다. 첫째 도덕성과 윤리적 기준, 둘째 정의와 평등 공정기준, 셋째 186개나 된다는 의원들의 특권폐기 찬반, 넷째 국민을 위한 희생적 삶 수준 등이
03.21
일본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서 그동안 일본기업과 정부가 주력해왔던 기업지배구조 개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기업의 지배구조는 현재 주주 고객 종업원 지역사회 정부 등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투명, 공정, 신속한 의사결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 개인주주를 다소 경시했던 경영이나 주주이익만 지나치게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와 달리 각 이해당사자를 균형있게 배려하려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당사자자본주의’ 전환이 핵심 이러한 일본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추이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본기업의 지배구조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재벌해체로 오너 없는 경영자 지배구조가 된 후 구 재벌기업끼리 상호출자로 기업그룹을 형성했다. 경영자 지배의 감시기능으로서는 그룹의 주거래은행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1990년대의 버블붕괴로 타격을 입으면서 은행의 감시와 지원 기능이 약해지고 6대 그룹 기업 간의
03.20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의 권력에 대한 갈구가 중국경제를 망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11일 끝난 양회(兩會)에서 중국정부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라는 슬로건 하에 현재 부동산 부채에만 의존하고 있는 중국경제를 녹색에너지, AI, 디지털 서비스와 같은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경제는 올해 당장 연 5%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난 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0.8%나 떨어진 심각한 디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정부가 2024년 목표로 제시한 연 3%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달성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또한 중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부문 경제의 분발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부동산 침체로 인해 민간투자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 또 중국정부의 도 넘는 시장개입을 떠올려 보면 해외로부터의 신규투자를 유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 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서도
03.19
미국은 지금 트럼프 무역대표부의 대표를 역임하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교수인 고든 핸슨 사이의 무역논쟁으로 뜨겁다. 지난해 12월 고든 핸슨 교수는 라이트하이저의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No Trade Is Free)’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했고, 올해 2월 라이트하이저의 반박과 핸슨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라이트하이저의 자유무역에 대한 진단과 처방(비전)은 간명하다. “자유무역의, 특히 중국을 포용한 대가로 미국 내 수천개의 공장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지역사회가 몰락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했다. 또 수조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중국에 맞서야 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에 의존하기보다 미국의 일방적 힘을 활용하며,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에서 뜨겁게 불붙은 자유무역 찬반 논쟁 이에 대해 핸슨은 “중국과 무역전쟁에 돌입한 지 6년이 지났으나 별 효과가 없고, 오
03.18
한국 증시가 오랜만에 선전하고 있다. 코스피는 연초 2500p 이하로 떨어진 이후 추세적인 오름세를 보이며 이제는 2700p선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상승은 오랜 만에 외국인 투자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3월 중순까지 불과 두달 반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약 12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작년 1년간 순매수와 비슷한 규모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 중 외국인 비중도 작년 말 32.7%에서 33.7%로 1%p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상승 국면마다 주로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이 컸었던 점, 그리고 작년 중에는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증시 상승을 주도한다는 평가가 별로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가 빠르게 늘며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외국인 투자가 이끌며 선전하는 한국증시 첫째, 거시경제 환경 측면이다. 작년 말부터 수출증가율
03.15
2024년 2월 22일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가 39,098.68로 마감, 거품경제 시기인 1989년 12월 29일의 38,915.87을 경신했다. 닛케이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주식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장기간의 엔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중국경제의 부진, ‘신(新)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 실시, 일본은행과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등 공적자금의 지속적인 주식투자 등을 들 수 있다. 동일본대지진 후인 2011년 10월 31일 달러당 75.32엔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은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정책 영향 등으로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2013년 5월 9일 달러당 100.61엔까지 하락했다. 이후 미국과의 금리격차 등으로 엔화가치는 더욱 하락해 3월 14일 현재 달러당 140엔대 후반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엔저가 계속되면서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에 저렴하게 상품을
03.14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경제 규모 대비 세계 수위를 차지할 만큼 높았지만 최근 금리인상 등으로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감소는 바람직한 소식이다. 하지만 조사 대상 국가 중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유일하게 GDP를 웃돈다. 그런 만큼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보고서에서는 민간부채의 다른 축인 기업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 우려를 더 한다. 주요 선진국 중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가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기업부채의 빠른 증가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때문에 우리나라 민간부채는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 비율 GDP 대비10
03.13
정부는 올해 연구개발예산을 전년 대비 14.7%(약 4조6000억원) 삭감한 26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과학기술계에 큰 충격을 주면서 반발을 불러 왔다. 과거를 회고해 보면 과학기술계에 충격은 여러번 반복적으로 있었다. 새정부가 탄생하면 과거의 교훈과 학습은 사라지고 또 충격이 되풀이되곤 했다. 충격이 소모적인 혼란만 야기한다면 이는 현명하지 못하다.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서 소모적인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역대 정부 과학기술계 연구개발예산 소모적인 삭감 반복 몇가지 사례들을 살펴보면, 전두환정부 초기에 정부출연연구소들을 물리적으로 통폐합해 과학기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예컨대 한국과학원(KAIS)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통합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설립 등이다. 하지만 충격에 비해 혼란만 야기한 측면이 많았다. 그후 KIST는 KAIST에서 다시 분리 독립됐다. 이러한 충격을 겪은 출연(연)들은 그 이후로 통폐합 등 물리적 구조조정
03.12
워싱턴에서도 트럼프 2기 가능성에 대한 논쟁과 대비가 한창이다.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캠페인 공약과 레토릭이 남발하고 있지만 몰려오는 파도의 현상보다는 그 파도를 만드는 바람의 방향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바람의 방향은 바이든 트럼프 공히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그간 진행되어 온 미국사회 저변의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1, 2기의 산업통상정책의 키워드는 무역적자 축소, 제조업 부흥, 중국과 전략경쟁으로 일관성이 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출신 한 전직관료는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을 하던 1980년대에 뉴욕타임스 등에 무역적자 급증과 자유무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면광고를 사비로 할 정도로 소신이 강하다고 전했다. 1기에서는 목적지로 가는데 운전이 미숙해 접촉사고 등이 잦았다면 이제는 경험이 쌓인데다 최단코스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했다. 그 GPS가 관세인상 환율 수출통제 투자통제, 그리고 미국기업 위주 산업정책 등의 정책수단들인
03.11
20여년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미국의 스펜서 존슨이 쓴 짧은 우화다. 미로 속 두마리 생쥐와 꼬마 인간 두명이 치즈를 찾는 이야기를 다룬다. 치즈는 성공과 행복을 상징한다. 창고에 쌓였던 치즈가 사라지자 생쥐들은 재빠르게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선다. 반면 꼬마 인간들은 당황하며 우왕좌왕한다. 변화에 맞서 과감하게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한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교훈이다. 지난달 24일 일본 구마모토에서 TSMC의 반도체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보통 5년이 걸리는 공장 건설을 불과 22개월 만에 끝낸 것이다. 치즈우화에서 상황이 바뀌자 생쥐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과 비슷하다. 변화에 재빠르게 대처해 가는 일본 반도체산업 1980년대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반도체는 미국의 견제와 시대적 흐름을 오판해 몰락의 길로 들어섰고 우리나라와 대만이 재빠르게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일본이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다. 트럼프 집권과 코로나사태 이후 중
03.08
2023년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0.6명은 1세대 후에는 30%, 2세대가 지나면 9%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전쟁이나 전염병이 없는 일상에서 나온 수치로 인류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인구가 2090년에는 450만명으로 줄어들며 국가소멸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출산 기피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발전과 소득증대로 생활여건이 개선된 사회에서 저출산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출산장려책을 통해 성공적으로 대응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며 향후 대책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출산 기회비용 줄이고 기대이익 늘리는 정책 필요 먼저, 출산에 대한 경제적 기회비용은 줄이고 기대이익은 늘려 출산친화적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정책이 있다. 출산장려금 지급, 난임시술 지원, 육아휴직 시행, 보육인프라 확충 등 금전적 지원과 출산환경 개선을 함께 추진한다. 개인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03.07
미국 경제가 중력을 잃어버린 듯하다. 금융시장에서 추정하는 2024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최근 2.1%까지 높아졌다. 6개월 전 추정치는 0.9%였는데, 미국 성장률 전망치의 눈높이가 빠르게 상향조정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너무도 탄탄하다. 고금리에도 성장 꺾이지 않은 미국 경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어느 정도의 경기후퇴를 조장해 인플레이션 억제를 도모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 제로 수준이었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5.50%까지 높아졌음에도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는다. 금리인상이 시작됐던 2022년 미국 GDP 성장률은 1.9%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2.5%, 2024년 전망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2.1%까지 높아졌다.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8% 내외로 추정되는데 중앙은행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03.06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충분한 설명없이 판매해 거액의 손실을 안겼다는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이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난이도가 높은 금융상품을 은행들이 신탁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신속하게 조처하지 않아 피해규모를 키웠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금융회사들의 투자자 기만행위 근절돼야 문제가 된 상품은 홍콩증시의 항셍(H)지수에 투자손익을 연계,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하락하면 손실을 떠안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런데 약정기간 중 H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에서 해당상품을 구매한 투자자들의 손실액이 5000억원을 넘어섰고, 평균 손실률도 50%를 훨씬 웃돈다. H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