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2
2026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보다 더 눈여겨 보아야 할 변화는 주가 보다는 금리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월 들어 빠른 속도로 올라 202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5%선을 넘어섰다. 한국 국고채 10년물도 미·일 장기금리 급등의 영향과 함께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예상 밖 성장 서프라이즈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4% 초반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부담을 느낀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처럼 장기 성장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산업은 금리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최근 주가조정도 급하게 오른 주가의 차익실현과 함께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상승 배경은 성장 기대와 실질금리 상승 이번 금리상승의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중동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우려다. 에너지 가격은 운송비와 공공요금, 서비스
05.21
미중 정상회의 직후 테슬라는 중국서 엔지니어 등 자율주행 테스트 인력을 채용 중이다. 전문 엔지니어를 모집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9개 주요 도시에서 완전자율주행 차량(FSD) 테스트를 시작하려는 신호다.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 목적도 여기에 있다. 이른바 도심은 물론 고속도로 주행에서부터 자동주차와 원격호출 기능을 갖춘 FSD 버전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1분기 실적 발표 때도 중국 FSD 승인을 3분기까지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중을 드러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중국 방문한 머스크의 의도 테슬라는 이미 지난해 2월 중국서 FSD를 출시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 FSD 버전은 기본적인 도심 주행을 보조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이다. 완성도나 알고리즘 현지화 수준 등 여러 측면에서 해외 최신 버전과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순 전기차(EV) 보급과 가상공간을 활용한 설계와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소프트웨
05.20
청년인구의 55% 가량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이러한 쏠림은 해마다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일자리와 교육 등 삶의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거주지에 대한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는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인 듯하다. 4개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의 창업 허브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10개 창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역성장펀드를 마련하는 한편 신기술에 대한 규제자유특구도 지정하겠다고 했다. 겉으로 보면 수도권의 창업 동력을 지방으로 확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구상은 여전히 지역을 나눠 특구 지정이나 인프라 구축 같은 물리적 거점을 만드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인공지능 전환과 탈공간이 지배하는 시대에 하드웨어 공급 중심의 정책이 인구·산업 축소로 기력이 쇠해진 지역경제 전체로 스며들기에는 부족
05.19
인공지능(AI) 경쟁의 본질이 바뀌었다. 알고리즘 싸움에서 산업 현장 데이터 장악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미국은 민간 빅테크가 흡수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로 격차를 벌린다. 중국은 데이터를 국가 생산요소로 법제화해 국가 주도 데이터 플랫폼에 집적한다. 독일은 기업 데이터는 서버에 두고 접근권만 통제하는 분산형 데이터 스페이스로 공급망 표준을 선점한다. 방식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다. 산업 데이터를 자국 중심으로 묶고 그 위에서 AI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십년 축적된 산업현장 데이터는 한국 고유의 자산 이 경쟁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데이터 없이는 AI 경쟁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 우리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업종과 소재부품장비, 뿌리산업까지 망라한 산업 전반의 데이터다. 수십년 간 현장에 축적된 이 데이터는 미국도 중국도 가질 수 없는 한국 고유의 자산이다. 산업 AI의 진정한 토대가 여기 있다. 산업통상부는 제
05.18
인류 산업사에서 기술혁신은 언제나 새로운 지식재산의 시대를 열어왔다. 산업혁명기에는 특허권이 패권의 핵심이었고, 디지털 경제에서는 저작권이 플랫폼 경제의 중심 자산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생성형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발명과 창작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기존 지식재산 체계의 근간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각국은 AI 생성물의 권리 귀속, 학습범위, 인간 개입 기준 등을 둘러싼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AI의 발전 속도와 인간의 활용 확장성을 고려하면 기존 지식재산 체계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AI는 이미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고 음악·영상·디자인·논문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과거에는 인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이 희소성의 근거였다면, 이제는 오히려 무한복제 가능성이 새로운 현실이 되고 있다. 결국 AI 시대에 가장 희소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
05.15
늘 다니는 등산로에서 철없는 벌개미취가 만개한 것을 보고 스마트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식물의 생존과 번식을 최대화하려는 환경적응 전략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비정상적인 개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이를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만들어 낸 운반체(vehicle)인 유전자가 행동프로그램을 조절한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래서 필자는 벌개미취가 우위를 점한 기후환경과 자연선택 조건 자체를 바꾸어 새로운 생존규칙을 위한 융합된 유전자 수준의 유의미한 실험을 한다고 이해했다. 이는 기후환경 변화에 대처 방법을 모색하는 데 주요한 판단 준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발생량 중 7% 정도만 위탁처리 2011년 구제역으로 매몰되는 한우의 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고 가축분뇨 처리를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가축분뇨 발생량은 13만3800톤/일로 전년대비 3300톤/일(2%
05.14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신고서 수리를 2차례 거부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일단 벽에 부딪힌 상태다. 한화솔루션은 결국 지난 12일 정정공시를 통해 모든 유상증자 관련 일정을 ‘미정’으로 변경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26일 2조40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틀 전(3월 24일) 열린 주총에서는 증자 계획과 자금 사용처를 일절 함구했다. 다만 정관의 ‘발행 예정 주식의 총수 변경’ 안건만 슬그머니 통과시켰을 뿐이다. 금융감독원 거부로 벽에 부딪힌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기로 한 주식은 7200만주로 기존 주식의 42%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주주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증자액의 사용처도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는 9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1조5000억원은 기존 빚을 갚는 데 쓴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주주들의 배신감이 폭발했다.
05.13
최근 국내 유수의 국책연구소에서 AI 전환을 책임지는 팀을 이끌고 있는 관계자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만남은 국책연구소의 AI 담당자로부터 생생한 현장의 상황과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화학 물리 바이오 분야 등 한국의 유수 인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수십 년간 연구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거대언어모델(LLM)과 접목해 난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단초를 찾아나가는 과정은 진지했다. 국내 연구소 인프라통합 어려움이 던지는 질문 하지만 현장의 현실적인 고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계자는 개별 실험실별로 파편화되어 존재하는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모아 대규모 풀(Pool)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연구소 차원의 거대한 난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토로를 곁들였다. 필자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두 가지 답변을 내놓았다. 첫째는 한국 연구생태계의 고질적인 과제중심제도(Project Based System, ) 기반의 자산구조
05.12
우리나라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추가 분담금은 최소화하면서 더 넓고 쾌적한 새집을 장만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해 일반분양 주택수를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분양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집값과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분양가 인상은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비사업의 성패는 용적률이 관건이 된다. 그런데 이 용적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정비사업은 집값이 오를 때까지 추진력을 잃고 멈춰 선다. 재건축 사업의 평균 추진 기간이 12년을 훌쩍 넘기는 배경에는 이러한 ‘기다림의 경제학’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심 내 주택 공급이 극도로 위축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의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시대적 변화와 ‘컴팩트 시티’의 당위성 정부와
05.11
일본기업이 시니어 고용제도의 고도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히타치제작소는 4월 60세 정년 후 재고용한 시니어 사원에게 현역 직원과 같은 직무급 보수제도를 적용해 실질적으로 급여를 올리는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히타치의 고용개혁은 일본기업의 전반적인 시니어 활용 고도화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시니어 고용제도는 원칙적으로 희망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는 의무가 있고 또 70세까지의 고용기회를 제공할 것도 노력 의무로 규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정년연장, 계속 고용제도의 도입, 정년제의 폐지 중에서 선택하여 고용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심각한 노동력 부족의 일본, 정년 관련 제도 바꾸기 시작 그동안 일본기업은 정년 연장보다 60세가 된 근로자를 형식상 퇴직 처리하고 다시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대폭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2018년의 경우 정년 연령 인상에 나선 기업은 19.4%에
05.08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당연하듯 일어나고 있다. 케이팝 데몬헌터스, BTS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K-컬처)가 전세계 문화를 주도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문화만 꽃피우는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도 그 위상을 따지자면 K-컬처 못지 않다. K-컬처 못지않은 한국경제의 위상 우선, 인구와 경제규모다. 한국은 2019년에 이미 30-50클럽(공식조직은 아니다)에 가입돼 있다. 30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 이상, 50은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을 의미하는데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한국 등 7개국에 불과하다. 우리가 경제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구가 5000만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클럽에 가입됐다는 것은 일정 수준의 인구 및 경제규모를 갖춘 경제 강국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수출입규모다. 202
05.07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 금융사에 기록된 뼈아픈 교훈이자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수많은 기업의 줄도산은 부동산 등 눈에 보이는 담보에만 의존하던 대출관행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증명했다. 시장은 비로소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인 신뢰, 즉 신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1998년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기점으로 도입된 현대적 의미의 크레딧 뷰로(CB) 제도는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지탱해 온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외환위기 뼈아픈 교훈으로 탄생한 CB제도 하지만 최근 기술신용평가(TCB)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등급 조작과 부실 평가 논란은 우리가 쌓아 올린 견고한 신용인프라가 양적성과 중심의 정책 기조라는 변수와 만났을 때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4년 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혁신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기술금융은 지난 10여년간 눈부신 양적성장을 거듭했다. 2024년 말 기준 기술
05.06
정치인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소위 ‘도금시대’가 열리면서 정치혐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제임스 뷰캐넌, 앤드루 존슨, 체스터 아서,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헨리 해리슨, 워런 하딩 등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백악관의 주인이 됐던 인물들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대혁명으로 왕정을 종식시킨 프랑스에서는 봉건시대 정치의 주역이었던 영주와 성직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었다. 정치 혐오의 빈자리를 채운 엔지니어의 꿈 이런 맥락에서 정치인을 대신해 그 자리에 엔지니어를 앉히고 싶다는 욕망은 서구사회의 오래된 로망이었다. 이는 정교한 계산기를 정치의 도구로 활용하자는 꿈과 다름없었다.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 즉 과학정신으로 무장한 엔지니어들이 사심 없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믿음이 확산됐다. 1차세계대전 이후 굶주린 유럽에 식량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05.04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한국에 왔다. 10년 만에 다시 온 그는 이번에도 큰 선물을 가지고 왔다. 정부가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K-문샷' 전략을 수립했는데 구글 딥마인드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10년 전 허사비스 덕분에 인공지능(AI) 분야에 더 빠르게 뛰어들 수 있었던 우리나라는 이번에는 그의 도움으로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뛰어오르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구글 딥마인드는 한국에 'AI 캠퍼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 국내의 학계 및 연구 기관들은 구글의 최첨단 ‘연구 AI(AI for Science)’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또한 10명의 구글 전문가들이 국내에 상주하면서 국내 연구자들과 함께 K-문샷 과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구글 딥마인드, 정부의 과학기술 선도국가 전략인 ‘K-문샷' 지원 이번 협력은 구글 딥마인드가 추진하는 ‘AI
04.30
요즘은 온통 인공지능(AI)이 화두다. 챗지피티(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를 두고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인지를 비교하곤 한다. 그러나 겉의 화려함 뒤에는 드러나지 않은 AI 패권의 진짜 전쟁이 있다. AI 알고리즘 전쟁이 아니라, ‘기억’과 ‘에너지’ 전쟁이다. AI는 처음 등장했을 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생성형 AI’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단계로 진입했다. 이른바 ‘에이전트 AI’, 즉 인간의 비서처럼 행동하는 AI시대다. 사용자의 행동을 기억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미래를 예측한다. 여기서 핵심은 하나, 바로 기억이다. AI 무게중심 추론으로 이동, 계산하는 기계에서 기억하는 존재로 기억은 곧 메모리다. AI가 똑똑해질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더 많은 ‘저장능력’이다. 과거에는 GPU가 병목이었기에 엔비디아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Inference)’으로
04.29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허생은 안성장날의 과일을 모조리 사들여 제사도 못 모시게 하고, 말총을 매점매석해 망건 값을 폭등시킨다. 이 일화는 흔히 ‘사재기’의 전형으로 읽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오늘의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동전쟁의 장기화로 원유와 원자재 수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기업들은 재고를 평시 대비 2~3배까지 확대했다. 과거 ‘비용’으로 여겨지던 재고가 위기 상황에서는 공급망 충격에 대비하는 ‘전략적 자산’이자 ‘생존장치’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생산중단을 막고 거래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대응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위험을 분산하려는 것은 기업뿐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의 자연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총량 확보’ 넘어 ‘분배의 공정성’ 담보하는 정책 필요 문제는 이러한 합리적 선택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나타나는 역설이다. 모든
04.28
최근 인공지능(AI)에 기대하는 가장 큰 관심사는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는가에 있다. 이전 학생들은 과제를 하기 위해 책을 찾고 인터넷을 검색했으나, 이제는 생성형 AI에 몇마디 질문을 던지고 곧바로 문제를 해결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획안을 작성하기 전에 AI를 먼저 열고 틀을 잡게 하고 이메일이나 회의 정리도 AI를 활용한다. 가정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요리 레시피나 생활상식 등을 AI에 물어보면 곧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작업시간의 단축을 가져오고 있다. 최근 국내 노동자 조사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51.8%)이 생성형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평균적으로 업무시간이 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시간 줄였지만 생산성은 제자리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줄어든 시간과 작업량 사이의 상관관계는 제로에 가깝게 나타났다. 업무시간은 줄었지만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예상치
04.27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가 이란과 원유를 비밀거래해 온 중국의 헝리석유화학을 제재했다. 다롄에 본사를 둔 헝리는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 처리 능력을 갖춘 독립 정유사다. 이들 정유사가 위장선박을 이용해 이란산 원유거래를 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미 재무부는 앞서 이란 자금을 취급한 중국계 은행 2곳에 대해서도 제재를 경고한 상태다. 이란의 최대 석유 수출국인 중국의 자금줄을 압박해 이란과의 종전협상과 내달 중순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정상회담 전 압박 카드로 주도권 잡겠다는 미국 중국 내 석유와 천연가스 소비량의 수입 의존도는 각각 73%와 40%다. 원유 수입량의 50%와 천연가스 수입량의 16%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이다. 중국의 해상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027만 배럴 규모다. 이 중 이란산 원유는 하루 평균 138만 배럴씩 수입했다. 전체 해상 수입량의 13.4%에 해당하
04.24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강해졌다. 예컨대 대통령은 2026년도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위반 기업에 대해 문을 닫을 정도로 엄중한 경제적 제재를 해야 위반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은 소상공인에게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최소한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정위가 관련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징금을 높게 부과하는 것은 물론 과징금 부과의 하한을 신설하고 있다. 담합 사건의 과징금 부과율을 관련 매출액의 최고 20%에서 3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제도개선을 추진하며 담합 금지조항을 개정해 납품업체 등 소상공인이 단체를 만들어 거래조건을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제재의 역설, 기업 죽이면 경쟁도 죽는다 공정거래법은 경제활동의 준칙을 정한 기본법이므로 위반 기업을 엄중 제재하는 것은 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소상공인 담합의 경우 경
04.23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유가는 고점 대비 하락해 전쟁 후 배럴당 120달러대를 넘나들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최근 10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고, 미국 S&P500 지수와 우리 KOSPI는 전쟁 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전쟁 후 저점을 기록했던 3월 말부터 약 25%나 오르는 급등세다. 불안했던 금리와 환율 역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여전히 전쟁 전보다 약 30% 높은 유가만 빼고 보면 주요 자산 가격은 이미 전쟁 이후 경제 환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산 가격 이미 전쟁 이후 경제 환경 반영 사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관찰된 바 있다. 1990년대 걸프전 때는 증시의 전고점 회복까지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후 중동지역 국지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경우 보통 1~2개월 안팎에 전고점을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정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