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
2025
8.15는 단순한 식민지 해방일이 아니라, 우리가 현대사 속에서 자주독립국으로 등장한 날이다. 그런데 독립기념관 관장이 기념사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서는 전체 맥락상 문제가 없다고 옹호하지만 1년에 단 한번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는 날, 그것도 책임 공직자 입에서 ‘선물’이라는 표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의도적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만 그 점은 곧 선이 되고 면이 된다. 야당 지도부가 국군 장병이 묻혀 있는 현충원이 아닌, 혹은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도 아닌 외국 장군 맥아더 동상을 참배한 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사초(史草)’를 보지 못하게 한 이유는 권력이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였다. 역사 기록이 몸통이라면 해석은 머리다. ‘광복이 선물’이라면 ‘신탁통치도 선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장 식의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라도 우리가 신탁통치에 반대했다
09.30
북한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적대적 두 개 국가’ 노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한을 더 이상 동족이나 통일 대상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것이다. 대남·통일기구를 해체하고 대적사업국(제10국)을 신설했다.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 사안이 아닌 대외 외교 사안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대신 ‘적대국가’라는 개념이 공식 문서에 담았다. 2024년 10월 개정 법률에도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영구 분단화를 선언한 셈이다. 북한의 구상은 자국 이익을 반영한다. 첫째, 체제 결속이다.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주민통제가 쉬워진다. 둘째, 군사 우위 전략이다. 핵무력 등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할 수 있다. 셋째, 외교 명분이다. 남한을 미국 일본과 같은 진영으로 묶어 대미 협상에서 ‘직접 당사자’ 지위를 강화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분명하다. 남북대화 통로가 닫히면서
09.23
오늘날 국제질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지난 80여년간 유지돼온 미국의 패권질서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달 3일 중국의 대규모 전승절 행사는 군사력 과시를 넘어 반미연대의 결속을 노골화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세력 전이 현상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본격적인 ‘냉전 2.0 시대’가 시작됐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 강대국 간 대규모 충돌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 지정학적으로 약한 고리에서는 불안정성이 날로 고조되고 있어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취약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전략 구상은 동맹에 대한 부담의 전가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대중견제에 집중하고, 동맹국은 자국 안보의 책임 강화와 대외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대북억제력 강화가 절실한 우리 정부에 이중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과 군의 과제 이재명정부가 내세
09.16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한 모습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은 전 지구를 사정권에 두는 핵·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첨단 전자전 장비들을 대거 공개하며 군사 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동북아는 오늘날 세계 군비지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군산복합체의 심장부다. 6자회담 당사국 중 5개국은 21세기 들어 국방비를 50% 이상 늘렸고, 모두가 인공지능, 사이버전, 우주전력 등 신형 무기체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 경쟁을 넘어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의 충돌과 경쟁이 집약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이란 국가안보와 세력경쟁의 맥락에서 구축되는 거대한 사회기술 체계다. 기술과 제도, 인간이 하나의 통합적 네트워크를 이뤄 특정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군사경쟁은 단순히 무기 숫자 비교가 아니라 복합적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이해되어야 한
09.09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단연 돋보인 인사는 푸틴과 김정은이었다. 러시아는 전쟁 와중이라 중국의 외교안보 협력과 중공업 물자조달이 절실한 상태다. 안보와 경제협력 측면에서 러시아보다 중국과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북한은 미국과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6년 8개월 동안 북중 고위층 교류 및 경제협력을 최소한도로 제한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북한은 안보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경제무역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전방위적 경제협력을 예고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필자가 조사한 경제협력 분야의 꽃놀이패가 어떤 것인지 짚어보려 한다. 8~9월 다양한 중국전문가 집단이 북한 방문을 재개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비교할 때 5년 사이에 평양에서도 건축 붐이 일고, 석유가 상당히 원활하게 유통돼 전기 사정이 좋아지고, 교통·물류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전한다. 여기에 식량 사정에 여유도 보여 유엔안
09.02
2023년 9월 한국군은 공중 무인기(드론)의 공격과 방어를 전담할 목적의 국방부 직할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그런데 이는 지구상 유일한 경우라고 한다. 미국 중국 등 상당히 많은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물론이고 전쟁에서 드론을 대거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국군의 드론작전사령부와 같은 사령부를 창설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는 특정 전구의 위협에 대항한 주요 전력들을 공중, 지상 및 해상 구성군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직접 운용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일 것이다. 드론은 그 목적에 따라 각 군 구성군사령부 예하 부대의 부대장이 여타 전력과 함께 운용해야 한다. 국방부 직할 합참의장이 지휘 감독하는 드론작전사령부 전력은 전시 군의 실정을 고려한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운용이 곤란하며, 평양에 드론을 침투시킨 2024년 10월의 경우처럼 평시 고위층의 입맛 충족을 위해서만 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드론은 고가의 재래식 항공기 크기에
08.19
광복 80년이다. 그날의 환희와 희망은 8월의 무더위도 무색하게 했으리라. 이재명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다시 읽어본다. 3년 만에 어떤 ‘정상성’을 되찾은 것 같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르는 답답한 느낌이 있다. 일제의 패망으로 독립은 이루어졌지만 이후 진정한 자주국가가 되었는가. 짧은 기간에 경제적 고도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자랑 뒤에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분단체제에서 미국에 경제와 안보가 구조적으로 종속된 현실에 대한 부끄러움이 버티고 있지 않는가. 통일 없이는 진정한 독립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조선이 일제에 병탄되기 전에 분단상태가 아니었기에 해방된 조선도 당연히 하나라야 한다는 논리로 생각할 수 있다. 분단이 외세에 의해 결정된 사실이 그런 논리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진정한 독립의 더 본질적인 요건은 완전한 주권 즉, ‘자주성’일 것이
08.12
국군 병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 병력은 2019년 56만3000명에서 2025년 7월 45만명으로 6년 만에 11만3000명이 줄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현역병 입영자는 2020년 23만6000명에서 2025년 6월 기준 10만1000명으로 절반이상이나 줄었다. 간부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선발계획 대비 선발인원은 2019년 94.1%에서 2024년 64.9%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부사관 선발률은 같은 기간 93.5%에서 51.2%로 급락했다. 군의 중추인 간부의 모집이 50~60%대에 머무르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질적 수준의 하락이다. 이미 수도권 주요 대학의 학군단 정원미달 사태는 오래된 이야기다. 현재의 상황은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우수한 초급간부는 고사하고, 어떻게든 필요한 숫자만을 채우는 데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더해
08.05
민간 출신 국방부장관의 임명으로 군 출신만이 가능하던 국방수장의 오랜 관행이 깨졌다. 단지 인사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전통적 군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민과 군의 경계를 허무는 하나의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4차산업혁명(4IR) 기술 발전이 국방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양자컴퓨팅 빅데이터 등은 군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엔 자원과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민군이 함께 개발하는 민군융합(Civil-Military Fusion) 전략이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4차산업은 3차산업의 단순 확장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런만큼 3차산업 시대의 틀에 4차산업 기술을 끼워 넣으려는 낡은 사고는 고쳐야 한다. 병과 유형별 지원사령부, 6.25전쟁 이후 설정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등 구태의연한 구조가 대표적이다. 과거 민군통합(Integration)은 동일한 공장에서 트랙터와 전차, 종과 대포를 함께
07.29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2) 노딜과 대북전단살포에 대한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해체(2020.6), 윤석열정부의 주적론 부활과 흡수통일 불배제론(2022.5) 이후 핵보유 하의 체제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2023.12)한 후 법화(2024.1), 헌법화(2024.10) 등의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했다. 동족(민족)·화해·통일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통일전선사업부·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관련 기구를 해체했다. 대적사업국(위장 명칭 제10국)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다. 통일문제를 금기시하면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 등 45년간 유지해온 통일노선을 폐기했다. 대한민국은 평화통일의 헌법 가치를 존중한다. 남북합의서의 상호존중 정신을 계승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의 역사적 경험도 중시한다. 가치·정신·경험에 토대한 ‘통일지향의 특수관
07.22
64년 만에 문민 국방부장관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지난해 12.3 내란사태로 어수선한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국방개혁과 한미동맹, 남북군사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정부 수립 이후 일부 민간인 출신 국방부장관도 있었으나 5.16 군사쿠데타 이후부터는 군 장성 출신들의 독무대였다. 이는 6.25전쟁 이후 70년 넘게 지속해온 불완전한 정전체제에서 유사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고 군사작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군의 현실태는 어떠한가? 세계적 차원의 냉전이 해체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군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상명하복의 경직된 군사문화가 팽배하고 ‘평화’를 적대시하며 현상유지에 급급해왔다. 폐쇄성과 권위주의 문화는 군의 민주적 통제에 걸림돌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2.3 비상계엄은 국방부장관, 육군참모총
07.15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복원’, ‘회복’, ‘정상화’ 목소리가 높다. 복원, 회복, 정상화란 과거의 어떤 상태, 경험의 ‘정상성’을 염두에 둔 용어다. 비정상인 현재를 그때와 같은 상태, 수준으로 복원, 회복, 정상화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화와 교류·협력이 활성화됐던 시기일까, 아니면 판문점과 평양에 이뤄진 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 선언’이 정상일까? 사실 남북관계에서 ‘정상성’은 모호하다. 탈냉전 직후 북한은 경제난 속에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체제를 비상관리했다. 남북관계의 유화적 대응을 통해 대내외 어려움을 관리하려 했다. 이 시기 7~8년 동안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화와 협력이 이뤄졌다. 그러나 분단사 전체로 보면 이 시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분단사의 대부분은 상호 도발과 긴장, 비난과 대립, 정략적 대화 등 남북관계를 수단으로 삼는 ‘적대적 공생’이 하나의 정상성이었다. 문재인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북미로 가는 교두
07.08
안보와 경제, 국민분열 등 복합적 다층적 위기속에서 이재명정부가 출범 한달이 지났다. 특히 윤석열의 내란 기획의 일부로 ‘고의적’ 우발적 남북 국지전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3년간 적대적 남북관계를 넘어서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전쟁에 가장 근접한 시기였다. 윤석열 정부 시기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남북대화’를 혐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들을 상대로 진실과 여론을 조작하는 인지전(認知戰)이 전개되었다는 주장도 폭로되고 있다. 정권교체 직후 남북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전쟁위기 해소, 경제발전, 남북대화’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평화가 경제다’라며, 현재의 ‘한반도 리스크’를 남북화해를 통하여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인수위없이 개문발차한 정권출범으로, 집권 한달 구체적인 외교안보와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로드맵을 설계하는 과정이고, 관련 주요 인선도 초기 국면이다. 핵과 동맹 가진 적대적 두 국가론 남북
07.01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국가들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국방비를 GDP 대비 5%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릴 것으로 합의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이처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미국의 안보정책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우방국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국방비 대거 증액 요구는 패권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 미국의 치킨게임에 동참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지구상 유일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인류 역사가 보여주듯이 패권국은 또 다른 패권국의 부상 저지를 가장 중요한 안보 목표로 간주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47년 이후의 미국의 소련 봉쇄전략은 소련의 패권국 부상을 저지하기 위한 성격이었다. 이 같은 저지가 곤란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미국은 붕괴를 추구했다. 예를 들면 1970년대 당시 미국은 소련과 긴장완화를 추구했다. 그 와중에서 소련이 본격적
06.24
노동신문 6월 17일자에 따르면 북한은 평안북도에 약 400개의 유제품 생산실을 개건하고, 염소목장과 분장을 새로 건설했다고 한다. 지난 몇년간 북한은 아동의 성장발육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유제품 생산과 보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육아법을 제정하면서 어린이 영양식품의 생산 및 공급체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북한의 영유아의 건강 상황에 대한 최신 자료는 충분하지 않은데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추산된 지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북한 영유아의 건강 상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유엔 아동사망률측정통합기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2023년 기준 1000명당 18명으로 추산했다. 생후 1년 이내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14.54명, 생후 28일 이내 신생아 사망률은 1000명당 9.48명으로 추산했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 이 수치는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수치이기는 하나 남한의 경우 2
06.17
새정부 출범 직전 주한미군 문제가 크게 쟁점화되었다. 5월 15일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자신의 역할이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을 ‘항공모함’에 비유했다. 이는 한국을 중국 견제용 군사자산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5월 2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한미군 약 4500명 정도가 다른 지역으로 배치될 가능성을 기사로 냈다. 다음날 미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다른 외신(AP)은 그달 말 헤그세스 미국방장관과 함께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샹그릴라 연설에서 미국의 전략은 중국 견제에 ‘올인’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아시아 동맹국들도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확실히 폐기하고 국방비를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가 변화해 온 지난 수십년 역사의 연장선
06.10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60년 6.0에서 2005년 1.08명, 2020년 0.84명, 2024년 0.75명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고 전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초저출생에 따른 인구감소 현상이 국방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고 심대하다. 우리 군은 50만명 규모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 30만명은 병(兵)으로, 20만명은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로 구성되어 있다. 육군 기준 18개월의 복무기간을 고려할 때 3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20만명의 입대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의 충원 가능성은 이미 붕괴되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3만명이다. 이들이 입대할 2040년대가 되면 가용 병역자원(남성)은 11만5000명 수준이다. 신체·정신적 사유에 따른 복무 부적격자, 대체복무자, 그리고 간부(장교·부사관) 지원자를 제외하면 실제 징집 가능 인원은 10만명
05.27
해군 출신인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미 해군의 오래된 격언이 있다. “당직을 넘겨받은 뒤 30분은 전임자가 설정한 항로를 바꾸지 마라”라는 말이다. 항해 당직사관은 4시간마다 교대한다. 파도와 바람 속에서 전임자가 시행착오 끝에 설정한 항로를 신임 당직사관이 자의적으로 변경하면 함정은 곧바로 요동친다. 이제 대한민국도 ‘당직사관’을 교대할 시점이다. 문제는 매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의 단절과 역행이다. 국정이라는 배의 항로를 새 당직사관이 충분한 설명도 없이 혹은 이념적 호불호에 따라 바꾸는 것이다. 정당에 따라 정책 방향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은 이념이 아니라 국익에 기반해야 한다. 정확한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미래 목적지에 맞춰야 한다. 목적지가 360도라면 어떤 정부는 045도, 다른 정부는 315도로 근접할 수 있다. 지그재그처럼 보여도 큰 틀에서는 미래를 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이 180도와 360도를 오가며 방향을 뒤집는 식이 반복된다면
05.20
대선이 얼마 남지않았다.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은 변화무쌍한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분명한 목적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외교안보 전략에 있어서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쳐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동맹관으로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무역협상을 앞두고 우리로서는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한미동맹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조건 양보보다 양국간 경제안보적 상호 기여를 최대한 협상에 반영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적 이슈를 미국과 협상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트럼프 2기행정부는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군사, 안보적 동맹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고 있고 바이든 정부의 유
05.13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로 대한민국의 정치시계가 빨라져 대통령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이념 편향적인 정치구호와 전시행정으로 군의 임무와 역할이 변질되었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졌다. 용산 국방부청사를 대통령실로 사용하면서 국군의 역경이 시작됐다. 국방부와 합참 직원들은 협소한 합참 건물에서 불편한 동거를 해야 했고, 뿔뿔이 흩어져 업무 효율성은 떨어졌다. 심지어 군 시설 일부를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내주면서 근무환경은 열악해졌다. 더구나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잦은 군사훈련과 무력시위성 대규모 국군의날 행사를 3년 연속 강행하면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다. 그러더니 끝내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군을 친위쿠데타에 동원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차기 정부는 이 모든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한다. 군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나아가 군사주권을 회복해 국군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