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8
2025
정유라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승마) 수시 전형 서류평가에서 9등이었다. 합격권은 6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종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고 합격했다. 최순실의 권력 앞에 이화여대는 한껏 몸을 낮췄다. 정유라 부정입학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전광석화로 움직였다. 특별감사를 하고선 2016년 11월 24일 정유라를 고발했다. 이대 학생들도 들고일어났다. 결국 대학 법인은 같은 해 12월 2일 체육과학부 2학년 정유라의 퇴학·입학 취소를 결의했다. 당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날렵했다. 2016년 12월 5일 특정감사를 통해 정유라의 청담고 졸업장을 취소했다. 서울교육청은 “출결 상황과 성적 등 생활기록부 기재사항을 수정하고, 수상 자격을 박탈하며, 수상 내용도 삭제한다”고 밝혔다. 그러고선 ‘교육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정유라는 사건 발생 석 달 만에 최종 학력이 중졸로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판결 직전,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정점이던 시기였다.
지난 6월 22일은 한일국교 정상화 60주년이었다. 한일협정은 1965년에 체결됐다. 한국 현대사에서 ‘수교’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으로 연결된 경우는 일본이 유일하다. 한일협정은 민족주의적 반감이 작동한 것이기도 하지만 경제발전 노선을 둘러싼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다. 박정희 정부가 수출 노선을 본격적으로 채택한 것은 1964년이다. 수출중심 산업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했다. 한일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상업 차관 3억달러로 총 8억달러를 받았다. 자금의 일부가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사용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1965년 한일협정, 경제발전 노선을 둘러싼 충돌 한일협정을 반대하는 지식인 및 학생운동의 명분도 분명했다. 일본과 수교할 경우 ‘경제적 종속’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동했다. 다시 말해 한일협정 체결은 박정희 정부의 ‘수출중심 산업화’와 학생운동 및 재야의 ‘민족경제론’이라는 경제발전 노
올해는 2차대전의 참화를 겪고 유엔이 창립된 지 80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그 축하의 속내는 명암이 교차해 복잡하다. 지난 80년간 3차대전의 발발을 막고 평화유지 개발지원 인권증진 등의 국제 공공재를 제공해온 긍정적인 기여는 평가받아야 한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쟁 앞에서 안전보장이사회가 마비되고 날로 악화하는 기후생태계 위기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실망과 비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 이후 가속화하는 일방주의 경향으로 유엔이 상징하는 다자주의와 글로벌 거버넌스 전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실존적 위협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데 반해 이에 대응해야 하는 다자주의의 약화가 겹치면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기상황이 야기되고 있다.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의 퍼펙트스톰이 핵 겨울의 망령, 기후·생태위기, 통제되지 않는 신기술 등 세
07.17
소비쿠폰, 민생지원금 정국이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가장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민생지원이다. 내수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소비쿠폰 사업에 추경 예산 집행의 핵심이 담겨 있다. 경기침체로 올해 0%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이해된다. 2020년 코로나19 때 지급된 전 국민 지원금 사례를 분석해보니 저소득층에게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문재인정부가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전 빈곤율은 16.4%였으나 지급 후 6%로 10.4%p 급감했다. 지금은 내수침체기여서 소비진작 효과가 과거보다 클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영업 제한까지 있었던 이전 지원금과 비교하더라도 단기적인 내수진작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때와 달리 지금은 영업 제한 조치가 없는 데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현금을 받는 저소득층의 소비성향
엔비디아가 미국 나스닥에서 시가총액 4조달러를 넘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흥미롭게도 엔비디아의 창업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1992년 크로노스라는 미국 비영리 기술협력재단에서 오픈지엘(OpenGL)이라는 그래픽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발표하게 되었다. 당시에 이 API의 발표는 컴퓨터에서 3D 그래픽을 활용해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업들과 이 그래픽 성능을 최고로 만들게 해 주는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기업들 사이에 기술적 가교 역할을 하는 결정적 연결통로가 되었다. 크로노스의 주요 멤버들이 인텔,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와 같이 당시에 내로라하는 반도체 회사들인 것만 봐도 얼마나 이 기술이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MS와 애플은 이런 산업계 표준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자체 그래픽 API를 만들었고 그 명맥은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엔비디아가
2020년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이 초래한 공급망 혼란의 충격을 경험한 국가들은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첨단기술 연구개발과 제조역량 확충 및 다변화를 위한 가치사슬 재구성을 시도했는데 기존의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지정학적 특성까지 함께 고려하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 모두 공급망 재편 전략에서 지정학적 거리를 패권경쟁의 맥락에서 접근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진행하면서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과 무역을 확대했고 중국은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남미 아프리카 중동 지역 국가들과 협력을 넓혀 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멀어지며 미국과의 무역 확대라는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러한 미중 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충격으로 인해 향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41~1.8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07.16
계엄정국을 거쳐 새 정권이 출범한 현재에 이르는 과정에서 새삼스럽게 떠오른 정치·사회적 논의가 있다. 바로 ‘극우’다. 극우에 관한 논의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을 띤다. ‘우려’ ‘분석’ ‘신중’이 그것이다. 우려형은 계엄정국이 종료되고 민주정 체제의 절차성이 복원되어 정상화되었다해도, 혹은 그렇게 보인다해도 극우의 등장과 영향력의 증대로 인해 민주정이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라는 직관적 가정에 기초한다. 직관적 가정이라고 한 것은 극우를 개념적 측면에서 따지기보다 현상과 경험의 특이성에 대한 감각적 포착 속에 위험의 징후를 알리는 데 치중하기 때문이다. 극우는 주로 학술적 차원에서 나름 복잡하고 논쟁적인 개념인데, 이걸 일일이 따져 물을 여유조차 없다는 식이다. 분석형은 주로 극우가 무엇인지, 누가 극우인지, 그들을 왜 극우라고 할 수 있는지, 극우의 등장에 영향을 끼친 요인들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데 몰두한다. 이는 주로 제도권 학계를 중심으로 개념과 이론적 타당성
주 4.5일제, 즉 주 36시간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노동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제도는 단순한 근로시간 축소가 아니라 일과 삶의 관계를 재정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노동시장을 둘러싼 현실도 바뀐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 및 유연근무제가 확산된 상태이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일과 노동의 균형’ 요구가 일상화되어 가는 흐름이다. 이 정책은 포퓰리즘이거나 기업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구구조 변화와 산업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임을 알리는 상징적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근로시간 축소 아닌 일과 삶의 관계 재정렬하려는 시도 해외 사례 역시 노동시간 단축이 구조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4년간 공공부문에서 36시간 근무제를 실험했고 결과는 생산성 향상, 서비스 품질 개선, 스트레스와 번아웃 감소였다. 단축된 시간에도 업무 수행
2025년 여름 세계는 말 그대로 ‘불타는 지구’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7월 초중순 기온을 기록했고 이천은 40.2℃까지 치솟았다. 유럽은 더욱 참혹하다. 최근 유럽 12개 도시에서 최소 23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탄소 1톤의 배출은 생명과 건강, 생산성, 에너지 비용, 재난 위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피해를 숫자로 다루는데 매우 인색하다. 탄소는 분명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만 여전히 이를 ‘0원’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배출자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그 부담을 국민 전체와 미래세대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 ‘사회적 탄소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과 ‘탄소의 그림자 가격(Shadow Carbon Price)’이다. SCC는 탄소 1톤 배출이 국민에게 미치는
07.15
우리는 매일 아침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을 본다. 밤하늘의 별들은 계절마다 익숙한 자리를 지키고, 계절은 어김없이 순서를 따른다. 이렇게 반복되는 세상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익숙한 규칙, 익숙한 결과, 익숙한 세계. 우리는 그렇게 ‘확신’을 쌓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확신을 좋아한다. 뚜렷한 어조로 말하는 사람에게 끌리고, 명확한 해답을 주는 전문가를 신뢰하고, 확신에 찬 지도자를 믿고 따른다. "아마도”보다는 “틀림없이”가, “가능성이 있습니다”보다는 “확실합니다”가 우리를 안심시킨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과 삶에서 선명한 판단, 뚜렷한 해답은 때때로 진실보다 더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그런데 확신은 위험하다. 확신은 질문을 멈추게 하고, 의심을 불필요하게 만들며, 틀렸을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게 만든다. 한 번 굳어진 믿음은 설령 그것이 틀렸다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되는 증거를 애써 부정하거나, 모순을 꿰맞추며 더욱 단단해진다. 그래서 과학자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0%대 후반으로 전망되고 인구고령화와 낮은 합계출산율 등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경제를 장기 저성장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외요인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8월 1일까지 유예되는 등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단지 마중물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 부문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경제성장률 제고 위해 모든 경제 부문에서 혁신 일어나야 필자가 한국은행에 근무하던 2018년 국제금융교육기관(OECD/INFE)이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호텔 회의장에 가기 위해 건널목 앞에 잠시 서 있었는데 건널목 신호등의 빨간불에 숫자가 나오더니 하나씩 줄어들고 있었다. 보행자에게 숫자를 보여 주면서 무단횡단하지 말고 건널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복원’, ‘회복’, ‘정상화’ 목소리가 높다. 복원, 회복, 정상화란 과거의 어떤 상태, 경험의 ‘정상성’을 염두에 둔 용어다. 비정상인 현재를 그때와 같은 상태, 수준으로 복원, 회복, 정상화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화와 교류·협력이 활성화됐던 시기일까, 아니면 판문점과 평양에 이뤄진 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 선언’이 정상일까? 사실 남북관계에서 ‘정상성’은 모호하다. 탈냉전 직후 북한은 경제난 속에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체제를 비상관리했다. 남북관계의 유화적 대응을 통해 대내외 어려움을 관리하려 했다. 이 시기 7~8년 동안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화와 협력이 이뤄졌다. 그러나 분단사 전체로 보면 이 시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분단사의 대부분은 상호 도발과 긴장, 비난과 대립, 정략적 대화 등 남북관계를 수단으로 삼는 ‘적대적 공생’이 하나의 정상성이었다. 문재인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북미로 가는 교두
07.14
신정부 출범 이후 ‘소버린 AI’의 국가 전략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정책 집중과 계획하고 있는 투자 규모는 한국의 AI 주권에 기반한 성장을 이끌어 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조업과 기술 중심의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는 모든 혁신과 성장의 기반을 기술 R&D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다만 이러한 특정 과학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와 인재양성은 기술고도화보다는 기술일반화를 가속화시켜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분야의 경쟁은 치열하나 부가가치는 떨어트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은 이제 단순한 기술 보유나 투자 규모의 경쟁을 넘어, AI기술의 산업 연결력, 사회적 가치 제고라는 질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결국 기술을 얼마나 넓고, 깊고, 지속가능하게 사회에 녹여낼 수 있는가의 경쟁이다. AI경쟁, 산업 연결력과 사회적 가치 제고라는 질적 경쟁으로 전환 ‘소버린 AI’에서의 핵심이 한 국가가 자국 언어, 문화, 규제, 전략을
출생체중이 500그램도 채 되지 않는 극소저체중미숙아가 집중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게 퇴원한다는 반가운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른둥이를 돌보는 우리나라 의료진 및 집중치료시스템이 나날이 발전한 덕분일 것이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서 확인된 우리나라 의 미숙아 출생 빈도는 9.2%, 저체중출생아의 빈도는 7.2%였다. 고령 임신에 따른 조산과 다태아 출생이 점차 높아지면서 미숙아의 출생 빈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미숙아들의 생존율 또한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미숙아 레지스트리인 한국신생아네트워크 보고에 따르면 1000그램 미만 초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은 2007년 62.7%에서 2015년 72.8%로 개선되었고, 1500그램 미만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 또한 2007년 83.2%에서 2020년 89.3%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미숙아로 세상에 일찍 태어난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아주시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7월은 산업안전보건 강조의 달이다. 국가의 존립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교통사고든, 자살이든, 자연재해든, 사회재난이든, 산업재해든 이를 최소화하고 사전예방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이다. 역대 정부가 산업안전보건 선진국을 목표로 내세우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만들어 2022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2024년에는 처벌 대상을 50인 이상 기업에서 50인 미만 5인 이상 중소기업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일터 사망사고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해마다 800명 넘게 사고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1만명의 노동자 가운데 사고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사고사망만인율은 10년 가까이 0.4대를 기록하다가 2023년 간신히 0.3대 턱걸이를 했다. 직업병 등 업무상질병 사망자는 외려 계속 늘고 있다. 연간 1200명이 넘는다. 문재인정부 때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시행한 데 이어 임기
07.11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산업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패권경쟁이 국가 간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미국과 중국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거나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 인재 확보, 동맹국과의 기술 블록화 등 다층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이제 외교는 기술과 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되었고 각국의 생존전략은 기술력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에는 산업 대도약 전략의 일환으로 ‘AI 3대 강국 도약’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 공유를 포함한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AI 인재 확보를 위한 해외 유치 인센티브도 담고 있다. 국정 전략은 더 이상 ‘국내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패권 시대
광주 민·군 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옮긴다는 구상이 다시 표류하고 있다. 전남 무안의 한 시민단체는 지난 주 광주 전투비행장의 무안 이전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광주시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루 전날 강기정 광주시장은 인터넷 댓글에서 자신이 무능한 시장으로 낙인찍혔다는 발언도 했다. 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노력이 나오는데도 답답한 불협화음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나오고 있다. ‘무안공항이 주변 조류 이동으로부터 객관적으로 안전하느냐’의 문제다. 공항 안전은 탑승자들의 생명과 직결된다. 무안 공항이 조류 충돌 위험으로부터 여전히 불안하다면, 그래서 ‘참사’가 재발할 위험이 있다면 무안공항 이전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려져야 한다. 광주 전남 양쪽 지역의 공방과는 별도로, 광주공항 사용자인 공군 조종사들은 심란하다. 중요한 점은 조종사의 목숨과 전투기(훈련기)의 안전이 위험에 놓여 진다는 것이다. 군 공항 이전 논의에서 놓치고 있는 조종사 목숨과 훈련
원자력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더 정확히는 작아진 원자력, 즉 ‘소형원전’을 말한다.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았다. 그로 인해 인류는 문명의 비약적 발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AI는 엄청난 전기를 먹는 하마라는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다. 그 전력은 결국 ‘무언가’에서 끌어와야 한다. 이 무언가가 문제다. 사실 이 시점에서 AI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전기다. AI의 식량인 빅데이터는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에 저장된다. IDC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AI 연산을 끊임없이 수행하는 ‘디지털 발전소’다. 그런데 이 IDC가 소비하는 전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적으로 IDC는 국가 전체 전력의 3% 이상을 소비한다. AI가 더 고도화될수록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글로벌 AI 강국들은 기술보다 전력 확보 경쟁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전력 확보를 위해서는 시간과 땅,
365 제곱킬로미터 면적의 공간 안에 230만 주민이 거주하는 가자지구는 21세기 최대 비극의 현장이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발단이었다. 당시 1200명의 이스라엘 국민과 외국인이 하마스에게 피살당하고 251명이 인질로 억류됐다. 미증유의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궤멸시킨다는 명분으로 643일째 가자를 공격하고 있다. 5만7000명의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들이 생명을 잃었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어린이 사망자만 1만5000명을 상회한다. 가자지구 건물의 70%가 완파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무엇보다 상하수도 및 정수시설도 대부분 망가져 전염병 우려가 짙다. 학교 시설은 65%가, 병원은 절반 이상이 손상되어 사회 유지를 위한 기본 기능도 붕괴된 상태다. 국제사회는 가자 사태가 회복 불능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으나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와 하마스간의 휴전은 아직 불확실하다. 네타냐
07.10
한때 ‘모방’과 ‘저가 생산’의 대명사로 통하던 중국 기술력이 이제 세계 산업 질서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2025년 중국의 기술 혁신은 단순한 추격 단계를 넘어 기존 규칙 자체를 재정의하는 수준이다. 전기차 태양광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은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니라 주도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그 이면에는 구조적 변화와 치밀한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 중국 산업정책의 실체는 중앙정부의 지휘와 지방정부, 민간기업의 실험적 시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미국 스탠퍼드중국경제제도센터(SCCEI)가 지난 20년간의 정책 문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산업 정책의 80%가 지방정부 주도로 이루어진다. 각 지방 정부는 보조금,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지역의 강점을 살린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잉투자와 중복경쟁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지만 치열한 경쟁과 실